분명 본 영화인데 줄거리가 기억이 안 날 때가 있다. 보긴 봤는데 거의 자서 안 본 거나 다름없는 영화도 있다. 계단만 오르면 이상하게 숨차다. 어두운 데만 가면 이상하게 졸리다. 내게 그런 영화의 대표작은 팀 버턴 감독의 ‘스위니 토드’다.
기자 초년병 시절이었다. 피곤했다. 극장에 앉은 지 5분 만에 깊은 잠에 빠졌다. 시끄러운 소리에 깼다. 새까만 스크린 위로 자막만 하염없이 올라가고 있었다. 누군가 그 영화에 대해 묻는다면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라고 말해줄 것이다. 이 영화의 부제다.
꼬마 때 엄마 따라 극장에 갔다. ‘마지막 황제’(사진)를 봤다. 2시간 40분 중에 1시간 40분 넘게 잤다. 자다 깨다 울다 또 잤다. 어른들의 이야기란 어려워 이해가 안 갔다. 그래도 왠지 슬펐다. 커다란 스크린에 비가 내리니까 꼭 온 세상에 비가 오는 것 같았다. 음악이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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