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동 이발사’ ‘변호인’ ‘밀정’이어 네번째도 실화 바탕 근현대사 영화 “비극의 역사지만 희망을 보여줬다”
배우 송강호가 근현대사 연작을 완성했다. “의도한 작업이 아니다”고 말하지만, 이어지는 공통된 행보에서 그의 ‘지향’이 감지된다.
송강호가 8월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제작 더 램프)로 관객을 찾는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소재로 서울에서 독일인 기자를 태우고 광주로 향한 평범한 택시운전사의 눈을 통해 본 ‘5월 광주’의 모습을 그린다.
송강호가 근현대사 소재 영화에 나서기는 이번이 네 번째. 2004년 ‘효자동 이발사’로 시작해 2013년 ‘변호인’을 거쳐 지난해 ‘밀정’으로 활동을 이었다. 이를 통해 5·16 쿠데타, 1980년대 고문과 인권변호사의 이야기, 일제강점기 치열한 독립투쟁을 스크린에 재현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혹은 완전히 풀리지 않은 역사가 송강호를 통해 꾸준히 관객에 소개돼 온 셈이다.
20일 열린 ‘택시운전사’ 제작보고회에서 만난 송강호는 이 같은 일련의 작품 활동이 ‘근현대사 연작’이라고 불리는 데 공감했다. 그는 “우리가 모르던 역사의 어느 지점, 혹은 알고 있었지만 정확히 모르는 역사를 예술작품으로 승화하는 작업을 좋아한다”며 “역사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업에서 생기는 에너지가 배우에게는 더 크게 와 닿는다”고 했다. 이어 “그런 영화들은 비극에 멈추지 않고 사회를 향해 희망을 얘기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특히 송강호는 아픈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변화를 겪는 소시민의 이야기에 유독 집중한다. 허구로 창작된 인물이 아니다. ‘변호인’과 ‘밀정’에 이어 이번에도 실존인물을 모티프로 했다. 배우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실존인물의 극화 작업을 마다지 않는 행보다.
‘택시운전사’에서 연기한 만섭 역시 실제로 1980년 5·18의 실상을 취재하기 위해 서울에 온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광주까지 태워준 택시기사 김사복씨의 이야기다. 서울에서 광주로 가는 과정, 광주에서 겪는 주요한 사건 등은 실화를 토대로 했다.
이처럼 묵직한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송강호는 고민한다고 했다. 이번 ‘택시운전사’를 제안 받은 뒤에도 “너무 아픈 현대사를 다룬 영화라 부담이 컸다”는 그는 “역사의 큰 부분을 감당할만한 자질이 과연 나에게 있을까 두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그래도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변호인’ 출연을 결정할 때와 마찬가지 마음이다. “시간이 지나도 ’택시운전사‘의 이야기가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며 “힘들겠지만 열정과 열망을 갖고 많은 관객과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