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국주의의 허상을 공격한 독립운동가의 이야기가 관객 소통에 성공했다. 그 뒤에서는 일본배우들의 힘도 크게 한 몫 했다.
이준익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이제훈과 최희서가 주연한 영화 ‘박열’이 개봉 첫 주말 100만 관객을 넘어서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6월28일 개봉 이후 2일까지 정상의 자리를 놓치지 않은 결과로 일제강점기 이야기를 다른 시선으로 접근한 시도로 호평을 받고 있다.
‘박열’은 1920년대 무정부주의자임을 자처하며 일본에서 독립운동을 벌인 박열의 삶을 그렸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실존인물의 극화에만 멈추지 않았다. 극중 크고 작은 인물은 물론 대사의 대부분을 실제 고증을 통해 채웠다.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일본인 배우들도 여럿 참여했다.
특히 ‘박열’의 탄생에는 일본 극단 신주쿠양산박과 그 소속 배우들의 역할이 컸다. 1920∼1930년대 일본 내각 장면이 완성되기까지 이들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신주쿠양산박은 재일동포 3세인 김수진 대표가 일본 도쿄에서 이끄는 극단. 연출가이자 배우인 김 대표를 주축으로 재일동포와 일본인 배우들이 단원으로 소속돼 있다. 극단명인 ‘양산박’은 중국 장편무협소설 ‘수호지’에 등장하는 지명으로, 야심가를 지칭하는 대명사로도 통한다.
이준익 감독은 ‘박열’의 기획단계에서 일본 내각과 재판 과정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실제 일본인이 연기하기를 바랐다. 배우를 찾는 과정에서 신주쿠양산박에게 출연을 타진했다. 이어 ‘박열’의 시나리오를 일본어로 번역해 김수진 대표에 전했다. 내용에 공감한 극단 단원 7명이 출연을 결정했다. 일본제국주의의 폭력성과 부도덕성에 대한 또 하나의 반성이었다.
김 대표도 영화 후반부 주요 내용인 공판을 이끄는 판사 역을 맡았다. 이 외에도 내무·외무대신 등 일본 내각의 주요 캐릭터 역시 극단 배우들로 채워졌다. 이들이 극의 사실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말하는 이 감독은 “일본인 배우들도 과거 일본이 저지른 제국주의 시대의 과오를 돌아보자는 마음으로 흔쾌히 동참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