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독 교체·하차 끊이지 않는 이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7월 4일 06시 57분


‘자전차왕 엄복동’ 김유성 감독도 하차
“연출권 침해”vs“협업 외면 역량 부족”


한국영화 제작현장에서 감독 교체와 자진 하차 등 연출자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단순히 연출권 침해 논란으로 치부할 수 없는 제작환경의 변화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기수 비와 배우 이범수가 주연 중인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제작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의 김유성 감독이 자진 하차했다. 시나리오를 쓴 김 감독은 영화의 촬영이 시작된 4월18일부터 현장을 지휘하다 두 달 만인 6월12일 연출 하차의 뜻을 밝혔다. 제작진은 재정비 끝에 김종현 감독을 자문감독으로 영입해 나머지 촬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김유성 감독은 자진 하차의 이유로 “제작사로부터 심각한 연출권 침해를 당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작사의 입장은 다르다. 제작관계자는 “순제작비 120억원의 영화를 끌어가기에 감독의 역량이 부족했다”며 “제작진과 상호 협의해 작품을 완성하자며 기회도 몇 차례 줬지만 감독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엄복동’의 경우 감독과 제작사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 탓에 하차 논란이 수면 위로 올라왔지만 최근 한국영화 제작현장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비슷한 사례가 더 있다.

당장 최근 1년 사이에도 두 편의 영화가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상영 중인 김수현 주연 ‘리얼’은 촬영 마무리 단계에서 제작사 대표인 이사랑 감독으로 연출자가 교체됐다. 5월 개봉한 고수·김주혁 주연의 ‘석조저택 살인사건’ 역시 정식 감독이 모든 촬영을 지휘했지만, 편집과정에서 돌연 김휘 감독으로 연출자가 교체됐다. 그 탓인지 두 편 모두 기대치를 훨씬 밑도는 저조한 성적에 그치고 있다.

연이은 감독 교체와 하차 논란을 두고 영화계에서는 변화하는 제작환경에서 벌어지는 ‘충돌’이라고 지적한다. 제작비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특히 100억원 이상 투입되는 경우 감독의 역량과 함께 각 제작 주체들의 긴밀한 협업이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충무로의 한 중견제작자는 “순제작비 100억원 규모의 상업영화라면 이미 감독만의 작품이 아니다”며 “상업영화라는 말 그대로 투자사와 제작사, 감독과 배우에 이르기까지 참여하는 이들의 열망이 합쳐져 있기에 각각의 의견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엄복동’ 제작진의 입장도 비슷하다. 제작사 관계자는 “초반 10회 분량 촬영본을 확인한 결과 도저히 그대로 진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콘티를 보완하고 협업하자는 제안을 감독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투자사와 배우 등 영화 제작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특정세력의 입김이 창작의 자유를 박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특히 신인급 감독이 재능을 펼칠 기회가 점차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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