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중기(32) 송혜교(35) 커플의 5일 전격 결혼 발표로 톱스타와 톱스타, 배우와 배우의 결혼이 대중문화계 새 경향으로 주목받고 있다. 앞서 2015년 배용준-박수진, 원빈-이나영, 2017년 비-김태희가 웨딩마치를 울린 이후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요즘 빅 스타 커플의 가장 뜨거운 ‘중매인’은 드라마다. 극에서 만나 혼인신고를 한 커플이 올해 들어서만 다섯 번째다. 1월 류수영 박하선(2013년 ‘투윅스’·이하 함께 출연한 드라마 제목), 5월 주상욱 차예련(2015∼2016년 ‘화려한 유혹’), 6월 이상우 김소연(2016년 ‘가화만사성’)이 백년가약을 맺었고, 5월 혼인신고를 한 이동건 조윤희(2016∼2017년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는 8월 결혼을 준비 중이다.
이러한 트렌드는 우연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재벌 2세, 기업가, 금융계 종사자와 가까웠던 톱스타의 결혼 상대가 동종으로 이행한 경향에 대해 업계에서는 경제적, 사회적 해석을 낸다. 한 방송 제작사 관계자는 “요즘 유명 배우의 스펙은 배우자감으로서 위상으로 볼 때 최상급”이라면서 “나라를 대표하는 비공식 문화 대사(大使)로서 준정치인, 해외 팬덤까지 아우르며 막대한 수입을 올리는 준기업인인 셈”이라고 했다.
재력과 명예가 끝이 아니다. 톱스타에게 톱스타는 제한된 사생활, 특수한 부담감에 시달리는 직업 연예인으로서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동반자다. 재벌가와 결혼한 스타의 경우 결혼 후 배우로서의 활동에 제약을 받거나 결혼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최수종-하희라, 차인표-신애라, 장동건-고소영과 같은 톱스타 커플의 경우 결혼 후에도 상호간의 이해와 신뢰로 일과 가정생활을 잘 병립하는 경우가 많다. 사내 커플이 많은 회사는 업무 사이클, 근무 환경도 남다른 경우가 많다. 드라마 제작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수출을 위한 사전제작 시스템이 정착되면서 배우들이 쪽 대본과 시간에 쫓기는 대신 사적인 감정을 나눌 시간적, 심리적 여유도 늘었다”고 했다.
같은 동반 촬영이라도 ‘영화는 연애, 드라마는 결혼과 가깝다’는 얘기도 나온다. 영화는 장르와 소재가 다양한 반면, 드라마는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가 플롯의 중심인 경우가 절대다수다. 한 방송 홍보업체 관계자는 “공식적이며 주기적인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드라마 촬영은 상대의 성실성을 확인하고 오랜 파트너로서 서로를 상상하게 만드는 업무다. 반면 영화는 일정과 촬영 형태가 소재만큼이나 즉흥적이고 파격적인 경우가 많아 짧고 충동적인 연애로 연결되는 일이 많다”고 귀띔했다.
16회분 드라마의 경우 6개월, 100차례 이상의 촬영기간이 소요되는데, 그동안 두 주역이 대본과 일정을 수시로 맞추다 보면 교감이 그들만의 식사 자리로 이어지는 경우도 잦다. 제작사 관계자는 “커플로 연결되는 배우들은 모두 상당한 연기력을 갖춘 경우가 많다. 빙의라 할 정도로 배역과 상황에 몰입한다”면서 “카메라 뒤의 소탈한 모습까지 보면 마치 한 사람의 두 가지 매력적 버전과 사랑에 빠진 듯한 생각을 갖게 된다. 보통 키스신 등 신체 접촉 장면 전후가 연애 발전의 큰 계기가 된다”고 했다.
한편 톱스타의 커플 선언이 잦아지면서 충격과 함께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팬들도 적지 않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결혼까지 생각할 사이라면 차라리 빨리 열애를 인정하는 것이 팬덤 위기관리에 도움이 되고, 팬들에게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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