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왜 캐리언니가 지니언니야?

  • 여성동아
  • 입력 2017년 7월 20일 17시 12분


인터넷 장난감 방송 진행자, 캐리언니가 최근 KBS 의 지니언니로 돌아왔다. 점 하나 찍고 딴사람으로 변신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막장 드라마의 어린이 버전 같은 이 사건 뒤에는 인터넷 방송 업계의 복잡한 속사정이 있다.
〈tv유치원〉의 진행자로 돌아온 
1대 캐리언니 강혜진 씨.
〈tv유치원〉의 진행자로 돌아온 1대 캐리언니 강혜진 씨.

35년 역사를 자랑하는 KBS 어린이 프로그램 〈TV유치원〉이 지난 6월 19일 프로그램 개편을 단행하면서, 강혜진(28) 씨를 새로운 MC로 발탁했다. 강씨는 MCN(Multi Channel Network ·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들을 지원, 관리하며 수익을 공유하는 사업) 회사 캐리소프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캐리앤토이즈〉의 1대 캐리언니 출신이다.

아이들에게 캐리언니의 인기는 톱스타 이상이었다. 마치 바로 옆에서 친언니가 놀아주는 것처럼 아이들 눈높이에서 장난감을 개봉하고, 재미있게 갖고 노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인기의 비결이다. 〈캐리앤토이즈〉는 방송에 장난감을 노출시켜 PPL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캐리를 주인공으로 한 캐릭터 사업과 영상 조회수에 따른 수익이 주요 수입원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마음과 눈높이에 딱 맞는 콘텐츠를 만들어낸다는 평을 얻고 있다.

‘캐통령’이라 불리며 동심을 장기 집권하던 강혜진 씨가 지난 2월 갑작스레 방송 하차를 발표하자 식음을 전폐하고 이불 속에 들어가 통곡하는 아이를 달래느라 진땀 뺀 엄마가 한둘이 아니다. 이후 강혜진 씨는 오빠 강민석 씨가 지난 3월 설립한 어린이용 콘텐츠 채널 운용사 키즈웍스를 통해 5월 중순 〈헤이지니〉라는 새로운 장난감 방송을 론칭했다. 동시에 캐리언니라는 이름을 버리고 지니언니로 탈바꿈한 것. 이 과정에서 캐리소프트와 강혜진 씨의 계약 기간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고, 그녀의 방송 하차 배후에 CJ E&M의 MCN사업부인 다이아TV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MCN 업계가 커다란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작은 사진은 〈캐리앤토이즈〉 방송 진행 모습.
작은 사진은 〈캐리앤토이즈〉 방송 진행 모습.

캐리소프트 측은 “키즈소프트와 강혜진 씨의 계약이 만료(4월 30일) 되기 전에 강씨 소속사인 키즈웍스가 다이아TV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우리 회사에 재직하면서 대기업과 짜고 경쟁 방송 론칭을 준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다이아TV 측은 “키즈웍스와 계약을 체결한 시점은 5월 초로 강씨가 캐리소프트와 결별한 이후”라는 입장이다.

2015년 설립된 다이아TV는 1천2백 명의 BJ를 거느린 MCN 업계의 거대 공룡으로 유튜브 등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 외에 자체 케이블 방송도 운영하고 있다. 또 유럽 최대의 동영상 플랫폼인 데일리모션, 북미의 비키 등과 제휴를 맺고 중국에 합작 법인 설립을 추진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도 도전하고 있다. 사업 규모를 키우면서 돈이 될 만한 1인 크리에이터들을 싹쓸이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CJ 측은 “기반이 취약한 크리에이터들에게 안정적인 활동 공간을 보장하고, 수익을 마련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캐리소프트 측은 강혜진 씨가 독립 후 새로 론칭한 〈헤이지니〉의 방송 포맷이 〈캐리앤토이즈〉와 유사해 문제의 소지가 있으며, 강혜진 씨가 하차할 당시 불거진 ‘인기에 걸맞은 합당한 대우를 하지 않았다’든가 하는 루머에 대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캐리앤토이즈〉 채널 구독자는 1백49만명. 1대 캐리언니가 하차한 후 트래픽이 약간 줄었으나 어느 정도 안정을 찾으면서 이전보다 좀 더 늘었다. 〈헤이지니〉는 오픈 1개월여 만에 구독자가 29만명을 넘어섰다. 강혜진 씨는 〈TV유치원〉 기자간담회에서 독립한 이유에 대해 “캐리라는 캐릭터가 아닌, 강혜진으로 아이들과 더 가까이 만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첨예하게 입장이 갈리는 가운데도, 캐리소트프, 키즈웍스, 다이아TV 측 모두 이번 분쟁이 불러올 ‘동심 파괴’를 걱정했다. 나날이 규모가 커지는 MCN 업계 시장질서가 바로 설 수 있도록 이번 사건이 모범적인 판례가 되기를 바란다.

사진 조영철 기자 〈캐리앤토이즈〉 영상 캡처 디자인 이지은

editor 김명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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