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에 촬영을 갔던 독립PD 두 명이 교통사고로 숨졌다.
20일 EBS와 독립PD협회 등에 따르면 EBS 다큐멘터리 '다큐프라임-야수와 방주'를 제작하던 박환성·김광일 PD가 지난 14일 오후 8시 45분(한국시각 15일 오전 3시 45분) 남아공에서 촬영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던 도중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두 사람의 차량은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차량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목격자의 증언을볼 때 상대 차량의 운전자는 졸음운전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남아공서 변을 당한 박환성 PD는 EBS ‘다큐프라임-야수의 방주’ 제작과 관련해 방송사의 부당한 간접비 요구 관행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요구해, 같은 처지의 동료들에게 큰 지지를 받은 바 있다.
뉴스타파의 최승호 PD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그는 제가 아는 최고의 동물다큐멘터리 PD였습니다. 박환성PD. 독립PD로서 늘 해외의 가장 어려운 촬영 현장을 온 몸으로 견디며 진귀한 자연의 영상을 선사해오던 사람이었습니다”라고 추억했다.
이어 “지상파 방송사들의 갑질을 견디기도 하고, 때로는 가장 앞자리에서 싸우면서도 프로그램에서는 늘 최고의 위치에서 내려오지 않았던 그와 동료 김광일 PD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운명은 참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라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밤 늦은 시간에 운전기사를 고용하지 못해 스스로 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했다는 이야기는 더욱 가슴 아픕니다. 박환성PD와 동료 PD를 운구하는 데도 많은 비용이 들어 독립피디협회가 모금을 하고 있습니다.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우리나라의 독보적인 동물 다큐멘터리 연출자를 잃었다”며 “빠듯한 제작비 때문에 강행군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추 의원은 “고인이 된 PD는 남아공 촬영을 떠나기 전에 방송사 외주제작 불공정 거래 관행을 폭로한 바 있다”고 말하며 “제작사가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의 일정 비율을 방송사가 간접비 등의 명목으로 환수하거나, 정부 지원금으로 제작한 콘텐츠를 편성할 때 방송사가 송출료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BS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EBS는 두 PD의 죽음에 삼가 조의를 표하며, 고인들을 한국으로 모셔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면서 “이를 위해 독립PD협회, 유가족들과 함께 협의를 진행 중에 있으며, 외교부 및 현지 대사관에 협조를 요청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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