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연서 “죽겠다 싶다가도 연기하면 힘이 솟아요”

연기자 오연서는 지난해 영화 ‘국가대표2’와 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에 이어 최근 막을 내린 SBS ‘엽기적인 그녀’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한계를 느끼다가도 카메라 앞에 서면 “힘든 감정이 바로 잊혀진다”고 했다. 사진제공｜이매진아시아

■ ‘엽기적인 그녀’ 오 연 서

최근 2년간 쉬지 않고 연기 매진
어느덧 30대…삶의 여유 깨달아
이상형? 외모보다 말 통하는 남자

연기자 오연서(30)는 “조용한 삶”을 꿈꾼다. “600일 동안 세계일주”도 하고 싶지만 혼자 지내는 외로움이 두려워 선뜻 도전하지 못한다. 중학교 2학년 때 걸그룹 LUV로 데뷔하고 16년째 연예계 생활을 하며, 새침한 외모 덕(?)에 화려하게 생활할 것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용돈”으로 “신용카드 없이 체크카드만” 사용하는, 의외로 소박한 일상을 보낸다.

“별 탈 없이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사는 게 꿈이다.”

오연서의 이 같은 인생관은 어릴 때 데뷔한 영향이 크다. 그는 “어쩔 수 없이 통제된 삶을 살았다”면서 “데뷔하고부터 유명했다면 이렇게 열심히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시련이 있었기에 매 작품에 집중할 수 있다”고 돌이켰다.

하지만 연기자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도 했다. “이게(연기) 저의 최고의 재능일까라는 생각을 하긴 한다”는 오연서는 “다른 직업을 갖고 싶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잘 모르겠다”며 웃는다.

휴식이 필요한 것일까. 오연서는 매 작품이 끝날 때마다 여행을 떠나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계획이 없다. 무조건 휴식이다. 지난해 영화 ‘국가대표2’부터 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 케이블채널 엠넷 ‘소년24’의 진행자,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까지 2년을 쉬지 않고 달렸다.

“‘죽겠다’ 싶다가도 연기하면 재밌어서 힘든 감정을 바로 잊는다. 하하!”

‘엽기적인 그녀’는 다른 작품보다 더욱 힘이 들었다. 처음으로 경험하는 100% 사전제작 드라마여서 이전처럼 현장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대본이 나온 상태에서 촬영하니 여러 감정을 오가며 연기를 소화하는 게 쉽지 않더라. 추가 촬영 때는 몇 달 전에 찍은 장면을 다시 찍기도 하고.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다보니 체력적으로 덜 힘들고, 더 좋은 장소를 섭외해 찍는 등 장점이 있다. 제가 나오지 않을 때는 시청자 입장에서 보기도 했다.”

연기자 오연서. 사진제공｜이매진아시아

오연서는 30대가 되고 달라진 변화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 단순히 나이의 “앞자리”가 바뀐 심적인 부분도 있지만 “진정한 여유로움”을 알게 됐다.

“물질적인 게 아니라 심적으로 여유로움이 생겼다. 원래 화를 잘 내지 않는 성격인데 이제는 화를 낼 일이 거의 없다. 하하! 그렇다보니 주변에서 얼굴 좋아졌다는 얘기도 많이 해주신다. 20대 때보다 덜 치열해진 제 모습이 좋다.”

가족에 대한 고마움도 더욱 크게 느끼고 있다. “가족은 저를 온전히 이해해주고 사랑해주는 존재”라며 “아버지가 공무원이어서 2주에 한 번씩 지방에서 올라오시는데, 은퇴 후 다 같이 지낼 시간이 기다려진다”고 기대했다.

30대가 되고 가장 큰 변화는 이상형이다. “어렸을 때는 외모를 많이 봤다”며 웃는 그는 “말 통하고 같이 있으면 편한 상대가 좋다. 제가 감정기복이 있는 편이라 옆에서 토닥여줄 수 있는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리고 앞으로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며 연기자로서 변화할 모습에 대한 기대도 크다. 2012년 KBS 2TV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미워할 수 없는 새침데기 방말숙 캐릭터로 이름을 알린 후 비슷한 캐릭터 제의가 많았지만 이제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활동하며 깨달은 건, 자신의 모습을 다양하게 드러내지 않으면 기회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주변에서도 이제는 덜 망가지는 연기를 하라고 하신다. 하하! 제가 과연 여성스런 캐릭터를 잘 해낼 수 있을까? 갑자기 분위기 바꾸면 겁나기도 하는데, 기대도 된다.”

● 오연서

▲1987년 6월22일생 ▲2002년 걸그룹 LUV로 데뷔 ▲2003년 KBS 2TV 성장드라마 ‘반올림’에서 옥림이 언니 역으로 주목 ▲2011년 KBS 2TV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인기, 2012년 KBS 연기대상 신인상 ▲MBC ‘오자룡이 간다’로 2012년 MBC 연기대상 신인상 ▲2014년 ‘왔다! 장보리’로 전성기 ▲2014년 MBC 연기대상 연속극부문 최우수상·제7회 코리아드라마어워즈 최우수상 ▲드라마 ‘빛나거나 미치거나’ ‘돌아와요 아저씨’ ‘엽기적인 그녀’ 등 ▲영화 ‘여고괴담5: 동반자살’ ‘국가대표2’ ‘치즈 인 더 트랩’ 등

백솔미 기자 b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