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택시운전사’가 올해 첫 1000만 영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배급사 쇼박스는 “개봉 19일째인 20일 오전 8시 1006만8708명의 누적 관객 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부산행’(1156만5479명)에 이어 한국영화로는 15번째, 외화를 포함하면 19번째 기록이다. 일찌감치 손익분기점(450만 관객)을 넘어 1000만 관객을 실어 나른 ‘택시운전사’의 흥행 비결을 짚어본다.
① 배우 송강호
2014년 제작사인 ‘더 램프’의 박은경 대표는 독일 기자 고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광주로 태워준 택시운전사 김사복 씨 사연이 담긴 신문 기사를 읽고 영화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후 시나리오 집필 단계부터 오로지 ‘송강호’만 염두에 뒀다. 처음 송강호가 ‘잘 소화할 수 있을지 부담스럽다’며 만섭 역을 한 차례 고사한 이후에도 다른 배우에게 제안하지 않고 끝까지 설득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연출을 맡은 장훈 감독 역시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송강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평범한 소시민이지만 관객들이 내적 변화를 공감할 수 있는 배우는 송강호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영화를 본 사람만이 평가에 참여할 수 있는 CGV 골든에그 지수에 따르면 영화의 장점으로 배우의 연기(89%)를 꼽은 이들이 스토리(70%), 감독 연출(50%)에 비해 많았다. 이로써 송강호는 ‘괴물’(2006년·1091만), ‘변호인’(2013년·1137만)에 이어 주연한 세 작품을 천만 반열에 올려놓은 첫 배우가 됐다.
② 담담한 연출
‘택시운전사’는 서울에서 광주로 내려간 택시운전사와 독일인 외신기자라는 두 외부인의 시선을 빌린다. 덕분에 그간 피해자 입장에서 5·18민주화운동을 다뤘던 영화들과 달리 비교적 객관적인 시선에서 차분한 톤으로 영화가 전개된다. 5·18을 겪지 않았던 10대는 물론 영화관을 잘 찾지 않는 50대 등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개봉 초부터 폭넓은 관객을 확보한 것도 이 때문이다.
CGV리서치센터가 개봉 초반(2∼9일) 조사한 관람객 연령대를 보면 10대(4.1%)와 50대(10.0%)의 비중이 같은 기간 CGV 전체 평균치(각각 3.9%, 9.1%)보다 높았다.
정지욱 평론가는 “소재가 이미 충분히 비극적인 만큼 담담하게 보여주되 영화의 메시지는 분명하게 만든 점이 관객을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③ 경쟁작과 마케팅
일주일 먼저 개봉한 최대 경쟁작 ‘군함도’가 역대 처음으로 2000여 개 스크린에서 개봉하며 독과점 논란과 ‘별점 테러’ 등에 휘말리는 통에 상대적으로 득을 봤다는 분석도 있다.
김형호 영화시장분석가는 “‘택시운전사’는 군함도 덕에 1000만 영화 중 유일하게 스크린 독과점 잡음이 없는 영화가 됐다”며 “특히 군함도의 흥행 속도가 2주차에 크게 더뎌지며 큰 파이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청년경찰’(9일)에 이어 ‘혹성탈출: 종의 전쟁’(15일), ‘장산범’(17일) 등이 속속 개봉했지만 코미디와 공포 등 장르가 확연히 달라 표를 뺏는 경쟁 관계보다는 동반 흥행을 통해 전체 관객 수를 늘리는 모양새다.
더불어 개봉 한 달 전부터 전국 일주 시사회를 열어 관객들과 호흡한 마케팅 전략도 주효했다. 주요 포털사이트에 ‘별점 테러’가 쏟아진 군함도와 달리 초반부터 좋은 입소문이 나며 관객들의 예매를 이끈 것. 배급사 쇼박스 측은 “시사회에 온 관객들이 개봉 전부터 높은 평점을 주고 ‘선플’을 달아주는 등 유난히 관객들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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