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은 영화 ‘브이아이피’에서 해맑은 얼굴로 살인을 일삼는 사이코패스를 연기한다. 로맨스 드라마에 어울릴 법한 귀공자풍의 외모의 이종석으로선 모험에 가까운 배역이다. 그는 “남자영화에 갖는 로망이 컸다”고 했다.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 오늘 개봉 ‘V.I.P.’ 연쇄살인마 파격 변신 이종석
어릴때부터 남성미 짙은 누아르 동경 위험 부담? 한번은 거쳐야하는 과정 영화 꼭 보겠다는 어린팬, 말렸어요
연기자 이종석(27)에 대한 평가는 영화 ‘브이아이피’ 출연 전과 후로 나뉠 것 같다. 영화의 흥행 여부와는 크게 상관없다. 해맑은 얼굴로 살인을 일삼는 사이코패스를 유연하게 소화할 20대 배우가 드물고, 그 악랄한 역할에 선뜻 도전할 배우는 더 드물기 때문이다.
뜻밖에도 이종석은 ‘브이아이피’(제작 영화사금월) 출연을 자청했다. 우연히 읽은 시나리오에서 연쇄살인마 광일 역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연출자인 박훈정 감독을 찾아가 역할을 달라고 부탁했다. 패기를 넘어서는 용기다. 이종석은 “남자영화에 갖는 로망이 컸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남성미 짙은 누아르를 동경했다. 사이코패스 악역도 꼭 하고 싶다고 자주 말했다. 사실 나 뿐 아니라 악역은 20대 배우들에게 로망과 같다. 물론 내 외모가 누아르에 과연 어울릴까 싶었지만(웃음), 이번엔 정말 하고 싶었다. 감독님의 영화 ‘신세계’의 영향도 있다. 각본과 연출 모두 누아르에 최적화한 감독님이라고 생각했다.”
로맨스 드라마 속 이종석을 좋아하는 팬에게 ‘브이아이피’는 반전을 넘어 충격을 줄 수도 있다. 영화에서 그는 북한 로열패밀리로 귀공자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실은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한 채 살인을 취미로 삼은” 인물. 피가 흥건한 살인 현장에서 고상한척 원어 소설을 읽는 그의 모습이 만드는 이질감에 매력을 느낄 수도, 반감을 키울 수도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이종석 역시 “어린 팬들이 걱정”이라고 했다. “선배님들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앞으로 광고 다 떨어질 테니, 할 수 있다면 미리 찍어놓으라’더라. 그것보다 팬들이 놀라지 않을까 걱정이다. 며칠 전에 아주 어린 팬이 SNS로 ‘꼭 보겠다’고 쪽지를 보내왔다. 원래 답장은 안하는데, 그 땐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보지 말라’고 답했다.”
영화 ‘브이아이피’의 주인공 이종석.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자신을 찾는 드라마와 영화가 많은데도 그는 왜 ‘위험부담’을 무릅썼을까.
“연기하는 사람이잖나. 한 번은 거처야 하는 과정이다. 불안하더라도 모험을 하고 싶었다. 소모되고, 소진되고 싶다. 대중이 나를 식상하고 진부하다고 느끼는 순간도 올 텐데 그걸 극복하고 싶다. 극한에 다다르면 또 다른 해법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종석은 어떤 작품이든 촬영 때마다 연기하는 자신의 모습을 작은 캠코더로 전부 찍는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싶은 마음에, 2013년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촬영 때 시작한 습관이다.
“촬영 끝나고 집에 오면 식탁에 앉아 캠코더에 찍힌 내 모습을 본다. 반성의 과정이다. 이번 영화 찍을 땐 캠코더를 꺼내지 못했다. 하하! 감독님이 반대했다. 결국 나를 내려놓고, 감독님에게 나를 맡겼다.”
남부러울 것 없는 외모와 인기의 이종석은 한편으론 콤플렉스도 가진 듯 했다.
“혼자 느끼는 것일 수도 있지만 외모를 연기로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도 한다. 조인성 선배의 ‘비열한 거리’나 김래원 선배의 ‘해바라기’, 원빈 선배의 ‘아저씨’ 같은 영화를 과연 나도 할 수 있을까. 물음표가 생긴다. 그래서 더 많이 배우고 싶다.”
딱히 즐기는 취미가 없다는 그는 굳이 꼽자면 집에서 TV 드라마를 챙겨보며 휴식시간의 대부분을 보낸다. 다만 요즘 달라진 게 있다면 초등학교 동창 등 ‘옛날 친구들’과 자주 만나 대화한다. 사람 사는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관심을 둔 선배 배우들의 인터뷰도 빠짐없이 챙겨본다고 했다. 인터넷과 친한 것 같은 그에게 ‘아침에 눈 뜨면 포털사이트에서 제일 먼저 검색하는 게 뭐냐’고 물었다.
“내 이름과 인기 검색어를 동시에 훑는다. 하하! 선배들 인터뷰를 보면 앞으로 내가 겪어야 할 일들을 그분들은 어떻게 지나왔는지 보인다. 그래서 선배들과 연기할 수 있는 영화를 더 많이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