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의 아물지 않은 아픔을 담은 영화들이 계속된다. 배우들의 출연도 적극적이다. 이정현에 이어 김희애와 김해숙도 나선다. 또 다른 톱스타들 역시 위안부 소재 영화에 관심을 기울인다. 실재한 역사에 대한 공감은 그만큼 깊다.
김희애, 김해숙 주연의 영화 ‘허스토리’(제작 수필름)가 9월 촬영을 시작한다. 1992년부터 1998년까지 총 23회에 걸쳐 일본 시모노세키를 오가며 법정 투쟁을 벌인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실화가 바탕이다. 김희애가 혼자 힘으로 10명의 원고단을 이끄는 리더십 강한 단장으로, 김해숙이 용기를 내 일본 사법부에 맞서는 위안부 생존자로 극을 이끈다. 문숙, 예수정, 박정자 등 연륜 있는 여배우들도 참여한다.
여배우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위안부 피해 소재 영화가 담은 역사적 사실을 넘어 여성의 아픔을 공감하는 데서 출발한다. ‘허스토리’의 민규동 감독은 “남자들의 사관인 ‘히스토리’가 아니라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로 직접 써내려가는 ‘허스토리’를 통해 집단의 고통으로 환원될 수 없는 개별 여성들의 생생한 아픔을 다루고자 한다”고 밝혔다.
배우들이 느끼는 책임감도 상당하다. 배우 이정현은 7월 개봉한 ‘군함도’에서 강제징용과 맞물린 위안부 피해 여성의 모습을 그리면서 “일제의 만행에 맞선 강인한 여성으로 그려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졌다”고 했다. ‘허스토리’의 김희애 역시 “의미 있는 작품을 함께 하는 배우와 제작진 모두 많은 고민 속에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에서 위안부 소재 영화의 제작은 계속될 전망이다. ‘군함도’ 제작사 외유내강은 위안부 피해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 ‘환향’을 기획하고 있다.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현재 시나리오 작업 단계로, 이미 몇몇 톱스타가 주연 물망에 올랐다.
9월14일 개봉하는 영화 ‘귀향, 끝나지 않는 이야기’도 시선을 끈다. 지난해 358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귀향’의 후속편으로 1편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에 위안부 할머니들의 실제 증언 영상을 더했다.
‘귀향’ 시리즈로 위안부 여성에 관심을 기울여온 조정래 감독은 “‘귀향’이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기록과 위로였다면 이번 후속편은 우리가 전하는 약속”이라며 “위안부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이뤄질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