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출연작 ‘친구’는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두 친구가 폭력의 세계에 물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는 이들의 이야기를 또 다른 두 친구의 시선으로 담아냈다. 그 속에서 펼쳐진 우정과 배신의 비극적 서사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장동건 역시 이 영화를 통해 관객과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장동건은 ‘친구’를 촬영하면서 오랜 시간 가슴에 담아왔던 영화를 떠올리기도 했다. 이탈리아 웨스턴의 거장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유작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이다. 영화는 1920년대 미국 뉴욕 빈민가에서 함께 자라난 누들스(로버트 드 니로)와 맥스(제임스 우즈)를 비롯한 친구들의 이야기. 대공황과 금주법 시대를 주요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1960년대로까지 이어지며 미국사회의 한 이면을 드러낸다.
특히 장동건에게 이 영화는 주인공들의 성장기로 보였다. 1992년 데뷔하기 전 “뭣도 모를 때” 봤던 영화는 ‘대부’ 시리즈와 함께 큰 울림을 안겨 주었다. 어린 시절 추억을 공유하는 친구들의 욕망이 부딪치면서 결국 비극적 결말을 맺는 내용을 기억하고 있을 즈음 ‘친구’를 만났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부산’으로 일컬어도 틀리지 않을 듯, ‘친구’라는 영화가 장동건에게 준 느와르의 진한 향기 역시 잊을 수 없다. 엔니오 모리코네가 팬플룻을 적극 활용해 만든 음악 역시 깊은 여운으로 가슴에 남아 있다. 물론 로버트 드 니로와 제임스 우즈 등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는 또 하나의 교과서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