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설정환(32)은 현재 방송 중인 MBC 아침드라마 ‘훈장 오순남’의 복병으로 불린다.
단순히 주연들을 돋보이는 존재가 아니라 드라마의 흐름을 쥐고 있는 가장 ‘핫’한 인물이다.
그저 ‘잘 생긴 신인 남자연기자’ 정도로 알고 있다가 최근 드라마의 중심에 서게 되면서 그는 말 그대로 ‘신 스틸러’가 됐다.
설정환은 지난해 1월1일 방송한 SBS 단막극 ‘퍽’으로 데뷔한 신인 중 신인이다.
잘 생긴 외모와 안정된 연기로 당시 주연을 맡았던 이광수보다 더 주목받았다.
이후 7월 종영한 SBS 사전제작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에 곧바로 출연하는 행운을 얻으며 주원, 이시언과 함께 ‘절친 3인방’으로 눈길을 끌었다.
“신기하게도 많이는 아니더라도 마트나 병원, 길에서 알아봐주신다. 백 번 잘 하는 것보다 한 번 잘못하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심은 뭐든 꾸준히 하다보면 따라오는 거다. 시청자에게 연기나 인간적으로 신뢰를 주는 연기자가 되고 싶은 게 꿈이다.”
설정환은 나이에 비해 연기 데뷔가 많이 늦은 편이다.
고등학교 때 ‘길거리 캐스팅’된 후 대학(서울예대)에 가서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웠다. ‘엽기적인 그녀’에 함께 출연한 이시언이 대학 동기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연기를 한다고 동생과 홀어머니를 모른 척할 수 없었다.
“엄마가 힘들게 대학 학비를 마련해주셨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혼자 고생을 많이 했는데, 연기한다고 고집을 부를 수 없었다. 연기를 포기하고 돈을 벌기로 결심했다. 휴학을 하겠다고 교수님께 말씀드렸더니 제대로 도전도 해보지 않고 포기할 거냐는 말을 들었다. 돈을 벌면서 좋아하는 연기도 틈틈이 공부했더니 27살이 됐다. 1년 동안 극단 생활도 하고, 객원배우로 활동했다.”
열심히 사는 모습에 이시언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이시언도 오랜 무명 후 2012년 ‘응답하라 1997’로 빛을 봤다. 이시언은 설정환을 평소 알고 지내던 한 PD한테 소개시켰다. 그 PD가 ‘엽기적인 그녀’의 연출자다.
“물론 오디션을 봤다. 평소 우리들의 모습을 재미있게 지켜보셨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하는 애드리브도 드라마에 그대로 넣어주셨다. 경험이 많지 않은데도 시언이형이 잘 이끌어줬다. 모든 게 다 형 덕분이다.”
설정환의 마음이 바쁘다. 은인과 같은 이시언에게도 해주고 싶은 게 많고, 그동안 고생한 어머니에게 용돈도 드리고 싶다.
“지금까지 돈을 제대로 벌어본 적이 없었다. 이제야 조금, 아주 조금 여유가 생겨 어머니께 생활비를 드렸다. 하하! 일을 늦게 시작해서 남들 한걸음 갈 때 두 걸음은 가야 한다. 욕심을 부리겠다는 게 아니라 쉬지 않고 뛰어가겠다는 거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연기자가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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