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대처하는 연예인의 자세

  • 여성동아
  • 입력 2017년 9월 8일 11시 14분


김구라와 이상민, 윤정수에 이훈까지. “빚이 있다”는 스타들의 고백은 이제 하나의 예능 콘텐츠다. ‘시원한’ 고백과 함께 ‘짠한’ 매력을 풍기며 예능판을 수놓은 스타들의 채무 탕감법을 알아봤다.

채권단과 가족처럼 지내는 이상민


69억원의 빚을 지고 궁상과 허세를 떨며 산다고 해 ‘궁셔리’라는 캐릭터를 얻은 이상민(44)은 SBS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 채권자와의 만남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흔히 ‘빚쟁이’라고 하면 채무자를 향해 고함을 치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지만, 채무자 이상민과 채권자의 관계는 상당히 화기애애하다. 채권자가 ‘불하’한 집에 이상민이 들어가 사는가 하면, 그에게 돈을 꿔준 채권자는 ‘힘 내’라는 의미로 그에게 인삼이나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을 보내기도 한다. 제도가 아닌 신뢰를 통해 성실히 빚을 갚아나가고 있는 것. 그 덕분일까. 그를 향한 방송가의 러브 콜이 쏟아졌고, 지난해 말 출연한 한 방송에선 “내년 말쯤 채무를 다 갚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 주변의 축하 인사를 받기도 했다. 최근 화장품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도 발탁된 걸 보면, 그의 말처럼 ‘이상민이 빚을 청산했다’는 소식이 머지않아 들릴 것만 같다.

예능으로 일반회생 시작한 이훈


탤런트 이훈(44)도 방송에서 사업 실패로 인한 채무를 고백하며 ‘채무자’ 캐릭터로 예능 프로그램에 도전장을 냈다. 그가 출연하는 방송은 얼마 전 방영을 시작한 SBS 〈백종원의 푸드트럭〉. 요식업계 ‘창업의 신’이라 불리는 백종원이 푸드트럭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장사의 비결을 소개하는 형식의 프로그램으로, 그는 직접 도전자로 출연해 서울 강남역에서 닭꼬치 장사를 시작했다. 앞서 이훈은 32억원 규모의 채무에 대해 법원에 일반회생을 신청하고 절차를 진행하고 있던 상황. 일반회생은 10억원 이상 빚을 진 기업인이 신청하는 제도로, 법원에서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채무자는 사업 이익금 내에서 10년에 걸쳐 채무를 분할 상환하고 나머지 채무는 탕감받을 수 있게 된다. 이훈은 지난 7월 회생 계획에 따라 빚을 갚고 있다는 취지의 회생계획 수행현황 보고서와 함께 회생절차 조기 종결 허가 신청서를 법원에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 출연과 채무 변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셈!

아내의 채무 떠안고 이혼 고백한 김구라


김구라(47)는 자타 공인 채무를 예능으로 승화한 연예인 1호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김구라의 채무는 다른 연예인들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결혼 생활을 끝내기로 결정하면서 그의 아내가 지었던 부채를 전부 떠안은 케이스이기 때문. 앞서 아내의 보증으로 인해 그의 전 재산이 가압류 통보를 받았다는 소식은 연예계에 큰 충격을 줬는데, 그는 오히려 이를 웃음의 소재로 승화하는 ‘성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끝내 재작년 아내와 합의 이혼한 소식을 전하며 “아내의 채무는 끝까지 제가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9월 진행한 〈여성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엔 빚이 10억원인 줄 알았는데 늘고 늘어서 17억원이 됐다. 열심히 일해서 갚아나가는데 제게 말하지 않은 새로운 빚이 계속 드러나니까 분노가 상승했다”며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그가 방송에서 “아내가 빚을 졌다”는 사실을 대놓고 이야기한 이유도 더 큰 불상사를 막기 위한 하나의 자구책이었다고 고백했다.

파산 후 재기의 아이콘 된 윤정수


윤정수(45)가 빚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지난 2011년. 지인의 보증을 섰다 잘못돼 23억원 규모의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서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게 됐다. 집을 팔았음에도 10억원대의 빚이 남았던 윤정수는 결국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고, 빚을 탕감받은 후 방송에서 “신용카드도 만들 수 없고, 휴대전화만 겨우 사용한다”는 쿨한 고백을 해 연예계 대표 ‘파산남’이 됐다. 본격적으로 방송 활동을 시작한 윤정수는 jtbc 〈님과 함께 시즌2-최고의 사랑〉에서 개그우먼 김숙과 호흡을 맞추며 제대로 물이 올랐다. 한번은 방송에서 김구라가 빚을 갚고 있는 이상민과 빚을 탕감받은 그를 비교하자, 그는 “파산은 빚을 탕감하는 제도가 아니라 이 사람에게 다시 재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거예요. 국가에서 그동안 이 사람이 열심히 살았다는 것을 나름 인정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거죠”라고 응수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양세형이 “그렇다면 윤정수 씨 파산한 걸 진심으로 축하드려야겠네요”라고 받아쳐 스튜디오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어쨌거나 그는 정부가 추진하는 ‘실패한 사업인 지원 사업’의 홍보대사로 위촉돼 ‘재기와 희망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사진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사진제공 닥터지 디자인 박경옥

editor 정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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