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사이드] 기자와 ‘기레기’ 사이 안방극장 진실 소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9월 27일 06시 57분


SBS‘조작’(위) tvn‘아르곤’  사진제공|tvn·SBS
SBS‘조작’(위) tvn‘아르곤’ 사진제공|tvn·SBS
‘조작’ ‘아르곤’ 등 언론 소재 드라마 봇물
언론 불신 만연…‘정의로운 기자상’ 기대


사건의 이면과 사실, 진실을 파헤치는 사람. 검사와 변호사, 형사의 이미지를 언뜻 떠올릴 수 있겠다. 이들이 주인공인 드라마도 넘쳐난다. 여기에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 부각되는 이들, 기자다. 하지만 기자와 언론을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는 한동안 시청자의 눈길을 모으는 데 실패했다. 최근 SBS ‘조작’에 이어 케이블채널 tvN ‘아르곤’이 호평을 받으면서 시청자 시선도 조금씩 바뀌는 분위기다. 안방극장은 왜 기자와 언론을 다시 호출하고 있을까.

● 기자 이야기, 왜 만드나?

본격적으로 기자의 세계를 다룬 드라마는 2008년 MBC ‘스포트라이트’를 꼽을 수 있다. 방송사 보도국 사회부 경찰기자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2014년 SBS ‘피노키오’도 언론사 수습기자들이 그 중심이었다. 하지만 모두 기자들의 일상을 비교적 사실감 있게 그린 데 비하면 극적 구성에 대한 아쉬움으로 시청자의 시선을 붙잡지 못했다. 기자의 ‘로맨스’를 다루는 데에만 급급한 드라마도 없지 않았다.

많은 드라마가 주인공의 직업을 기자로 설정했을 뿐이거나, 기자의 이야기를 과도한 허구로 그려내 보편성을 획득하지 못한 셈이다. ‘아르곤’의 박호식 책임프로듀서는 “삶의 이야기를 극적으로 그려낼 수 있지만, 에피소드가 실제 특정인이나 사건을 떠올리게 할 수도 있고 자칫 메시지를 과도하게 전달할 우려도 있다”고 어려움을 말했다.

그럼에도 드라마는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실과 거기서 나오는 기자 혹은 언론에 대한 기대감을 배경으로 꼽는다. SBS 김영섭 드라마본부장은 “시청자는 기자가 진실을 찾아 알려주는 역할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면서 “이상적인 기자상을 보여줌으로써 대리만족과 함께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고 밝혔다.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도 “언론에 대한 불신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이다”고 전제한 뒤 “이상적인 기자라면 진실을 밝혀주고 정의를 세울 수 있는 사람일 거라는 여전한 기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 기자 이야기, 과연 현실적인가?

그럼에도 드라마의 현실감 여부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따라 붙는다. 많은 시청자가 기자의 일상과 현실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기레기’라는 조롱으로 상징되는, 언론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다는 점, “많은 기자들이 조직논리에 갇혀 있다”(김은영 평론가)는 점 등에서 시청자가 생각하는 기자의 이상적인 모습과 기자들의 현실적 고민을 조화롭게 그리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제작진은 다양한 기자를 만나 취재 및 보도 방식 등에 대해 취재해 이야기를 구성하지만 그렇다고 드라마는 “단순히 기자들의 일상을 보여주지 않으며”(김영섭 본부장), “사실적 묘사가 꼭 필요한 것도, 기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드러낼 이유도 없”(김은영 평론가)다. ‘아르곤’ 조문주 프로듀서의 말처럼 “선입견과 싸우면서도 많은 딜레마로 고민하는 인간으로서 기자”를 다루는 것도 그 까닭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조작’과 ‘아르곤’이 그려낸 기자들의 세상이 시청자의 기대와 극적인 상황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무대가 됐다는 데 아직 이견은 많지 않아 보인다.

윤여수 전문기자 tadada@donga.com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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