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메이드 사극 ‘남한산성’①] ‘남한산성’, 과함도 덜함도 없는 치열한 생존의 말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9월 30일 10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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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한산성’ 스포츠동아DB
영화 ‘남한산성’ 스포츠동아DB
맞설 것이냐, 아니면 치욕을 감수하고서라도 후일을 도모할 것이냐.

조선 인조 14년(1636년) 병자호란, 청의 대군에 밀려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조정에서 두 선비는 그렇게 맞섰다.

예조판서 김상헌은 “죽음이 가볍지 어찌 삶이 가볍겠느냐”며 청에 대한 굴복을 거부하고 항전할 것을 주장하는 척화의 논리로써, 이조판서 최명길은 “만백성과 함께 죽음을 각오하지 말라”며 일시적 화평을 내세우는 주화의 말로써, 1636년 12월14일부터 1637년 1월30일까지 47일 동안 치열하게 논쟁했다.

논리와 논리, 말과 말이 부딪치는 그 전장 아닌 전장은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에도 치열하게 기록됐다.

김훈의 ‘남한산성’이 주목하는 바, 조정대신들의 목숨을 내건 논쟁 그리고 그 뒤에서 삶과 죽음에 직면한 민중의 위태로움이었다. 작가 김훈은 이를 과장하지도, 축약하지도 않는 절묘한 문체로써 이를 그려냈다.

다만 글은 글이고 활자는 활자여서, 대체 그 시각적 평면성을 시각적 입체성으로 옮기는 것은 가당키나 한 것일까. 과장과 축약 사이에 놓인 소설을 영상으로 옮긴다고 했을 때 과연 그것은 가능할 것인지 의심했다.

10월3일 개봉하는 영화 ‘남한산성’(제작 싸이런픽쳐스·공동제작 인벤트스톤)는 이 같은 우려를 단박에 씻어내는, 최근 몇 년 사이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웰메이드로써 관객 앞에 나서게 됐다.

연출자 황동혁 감독은 모두 11장으로 나눠 남한산성의 47일과 논리와 논리, 말과 말의 부딪침 그리고 그 뒤에서 절망하는 민초들의 위기를 오롯이 영상에 담아냈다.

감독은 김훈의 표현처럼 “온몸으로 밀고 나갔다”.

김상헌과 최명길이 대척한 공간에선 치열한 논리와 논리, 말과 말의 부딪침으로, 마치 이들이 정면으로 맞아야 했던 혹독한 추위처럼 찰나의 쨍하고 깨져나갈 듯 긴장감이 끊임없이 몰아친다.

감독은 원작의 그것처럼 과장하지도, 축약하지도 않는 절제된 영상문체로 이를 능히 감당해냈다.

김상헌과 최명길은 전란을 맞아 나라와 종묘사직과 백성을 살려내려는 각자의 입장을 결코 양보하지 않았다. 감독은 그 치열하고도 처절한 충돌과 갈등을 결코 어느 한 쪽에 치우침 없는 온전한 고민거리로 관객에게 내어보였다.

그 속에 숨결을 불어넣은 이들은 배우들이다.

김상헌 역의 김윤석과 최명길 역의 이병헌 그리고 인조 역 박해일 등은 지난 겨우 내내 강원도 평창에 세운 행궁 세트에서 실제로 입김 솔솔 나는 추위를 마주하며 연기를 펼쳤다.

이들의 입김은 오래 전 전란의 위기 앞에 놓인 왕과 조정대신들의 위태로움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하지만 위태로움은 더욱 치열한 부딪침을 낳는 것이어서, 김윤석과 이병헌은 대체 배우의 연기력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듯 처절하게 부딪친다.

이들의 부딪침을 바라보며 머뭇거림으로 괴로워하는 인조 박해일 역시 빼어난 솜씨로 캐릭터에 대한 인간적 연민을 자아내게 한다.

무인의 판단과 경험으로 오로지 칼을 들 뿐인 이시백 역의 박희순과, 백성이기 이전에 사람으로서 목숨을 연명하려는 민초의 상징으로서 절박한 눈빛을 드러내는 대장장이 서날쇠 역의 고수 역시 제 몫을 톡톡히 해내며 절체절명의 시대적 상황을 그려냈다.

스포츠동아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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