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솔미의 일본TV 엿보기] 불륜 폭로한 원수와 콜라보레이션이라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0월 16일 06시 57분


일본 록밴드 게스노키와미오토메의 신곡 ‘너에게는 지지 않아’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사진출처|뮤직비디오 화면 캡처
일본 록밴드 게스노키와미오토메의 신곡 ‘너에게는 지지 않아’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사진출처|뮤직비디오 화면 캡처
일본 연예계에는 이런 콜라보레이션도 있다. 한 가수가 자신의 불륜을 보도한 매체를 비난하는 노래를 만들었는데, 해당 매체가 적극적으로 도왔다. 이들이 손을 잡은 그 ‘강단’과 뻔뻔함이 놀라울 뿐이다.

일본 록밴드 게스노키와미오토메는 최근 신곡 ‘너에게는 지지 않아’라는 노래를 공개했다. 문제가 된 건 바로 뮤직비디오다. 뮤직비디오에 ‘주간인춘’이라는 잡지가 등장할 때 ‘너에게는 지지 않아’라는 가사가 5회 반복된다.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는 장면이지만 일본 사회에서는 굉장한 논란이 됐다. 주간인춘은 현지 스타들의 불륜 등 자극적인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주간지 ‘주간문춘’을 빗댄 것이고, 밴드 보컬인 카와타니 에논도 주간문춘의 보도로 유명 방송인 벳키와의 불륜이 지난해 초 발각됐다. 이 사건으로 각종 예능프로그램의 진행자와 패널로 출연했던 벳키는 눈물의 기자회견까지 열었고, 약 100일간 활동을 중단했다. 하지만 카와타니는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기는커녕 주간문춘을 향해 도발했다.

밴드의 노래는 ‘너에게는 지지 않아/그러나 계절의 봄은 좋다/스프링이지 않냐’라는 가사로 주간문춘을 비꼰다. 주간문춘이 화낼 만도 하지만, 오히려 밴드 측에 연락해 뮤직비디오 촬영에 도움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 결과 밴드는 매체의 본사 빌딩에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했고, 소속 기자들도 엑스트라 출연하는 등 적극 협력했다.

유명해질 수 있다면 적과 동지가 될 수 있는 것일까. 자신의 인생을 최악으로 떨어뜨리고, 팬들과 밴드 동료들에게 큰 실망을 시킨 카와타니 에논의 ‘용기’가 대단하지만, 그 용기가 ‘지질한 행동’이란 사실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백솔미 엔터테인먼트부 기자 b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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