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유리정원’ 주연 문근영 “아파보니… 하고 싶은 일 포기말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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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정원’으로 11년 만에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은 배우 문근영은 “유난히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영화이고 캐릭터”라고 했다. 리틀빅픽처스 제공
‘유리정원’으로 11년 만에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은 배우 문근영은 “유난히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영화이고 캐릭터”라고 했다. 리틀빅픽처스 제공
영화 속 캐릭터를 빌려 속내를 말하는 걸까, 아니면 자신의 경험을 통해 영화 주인공을 설명하려는 걸까.

23일 배우 문근영(30)을 인터뷰하는 동안 생긴 궁금증이다. 25일 개봉하는 영화 ‘유리정원’(감독 신수원)에서 순수하면서도 고지식한 과학도 재연 역을 맡은 그는 극 중 인물과 몹시 닮아 보였다.

그는 영화를 “상처와 치유에 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재연은 후배에게 연구 아이디어를 도둑맞고 연인까지 잃지만 자신의 믿음을 밀고 나간다. “재연이 상처를 받은 건 연인의 배신 탓이라기보다 사랑하는 마음 자체를 가졌기 때문이겠지요.”

배우라기보다 선승(禪僧)의 말처럼 들렸다. “약간 잔인한 말일까요? 전, 거리를 두고 영화를 봤더니 순수한 마음을 가진 재연이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위안을 받았어요.”

문근영은 올 2월 ‘급성구획증후군’(염증으로 근육에 압력이 증가해 조직이 괴사하는 병)으로 갑작스럽게 수술을 여러 차례 받고 최근까지 활동을 중단했다. 지금은 회복됐지만 당시에는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어떤 상태였느냐고 묻자 그는 “얘기하면 (팬들이) 걱정하실까 봐…”라고 말을 흐렸다. “아프고 나니 적어도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고 살지는 말아야겠다 싶더라고요.”

영화 속 재연은 실험실 가운이나 펑퍼짐한 의상만 입는다. 스토리상 분장도 얼굴의 푸석푸석함이 강조되는 장면이 적지 않다. 영화를 고를 때 망설여지지 않았을까. “원래 메이크업도 별로 안 좋아하고,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지 않아요.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어요.”

아역부터 연기 생활을 시작해 선행에도 ‘악플’이 달리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은 그에게 “팬이나 대중으로부터 배신감을 느낀 적이 있느냐”고 묻자 곧바로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배신이라기보다는 내 마음은 그게 아닌데, 마음과 다른 반응과 시선이 돌아올 때 상처 아닌 상처를 받지요. 나는 그게 아니었는데….”

극 중 반전이 있기는 하지만 크게 보면 재연의 순수한 캐릭터는 ‘국민 여동생’이라는 이미지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가 작품에서 이 이미지를 유지하면 ‘식상하다’, 변화를 시도하면 ‘안 어울린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건지…’라는 서운함은 없을까.

“어느 장단이든 제가 만들고 찾아야 되겠지요. (다음 작품은?) 일단 밝고 따뜻한 작품을 하고 싶어요. 제 마음이 지금 그렇거든요.”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유리정원#문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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