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촬영 현장에서 일어난 여배우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일부 여성 및 영화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 촬영 도중이라고 해도 여성의 자기 결정권은 보장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여성영화인모임·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등 13개 단체로 이뤄진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4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2심에서 남배우 A가 유죄(징역1년에 집행유예2년)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공대위 조인섭 변호사는 “영화 촬영에서의 연기로 인한 추행 판단기준을 마련한 판결”이라며 “감독의 지시가 있다고 해도 연기 내용에 대해 피해자와 공유되지 않는 이상 ‘연기에 충실한 것일 뿐’이라는 말은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인 여배우 B는 당초 기자회견에 참석하려 했지만 계획을 접고 편지를 전달, 대독하는 방식으로 입장을 밝혔다.
A4 4장 분량의 편지를 통해 B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연기자들이 어떻게 성폭력에 노출되는지, 원인은 무엇인지, 연기자를 보호하는 대책은 무엇인지에 고민하는 쪽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자신을 “연기 경력 15년의 연기자”라고 소개한 B는 “미숙하지도 않고,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도 가능한 전문가”라며 “처음 성폭력을 당한 뒤 패닉에 빠져 제대로 대처를 못했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2015년 한 영화 촬영 현장에서 시작됐다. A와 B는 부부 사이로 출연했다. 문제가 된 촬영은 B가 A로부터 옷이 찢기고 성적인 폭행을 당하는 장면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B가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 2년여 동안 재판이 진행됐다.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는 2016년 12월 1심 판결에서 무죄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항소심은 원심을 깨고 A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후 A는 자신의 억울한 입장과 사건이 벌어진 당시 상황을 되짚으며 무죄를 주장하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실명(조덕제)을 직접 공개했고 이후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조덕제와 검찰 모두 상고장을 제출, 판단은 대법원이 몫이 됐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만큼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사건을 둘러싼 의문 제기도 잇따랐다.
특히 해당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 사건을 촉발한 계기가 되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공대위는 “감독이 거칠게 연기 지시를 한 것은 맞다”면서도 “우리는 사건 자체에만 집중하고 있어서 감독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일단 배제하고 있다”고 추후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