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의 자세’ 심어줬던 아버지 故 김무생 ‘피보다 진한 우정’ 소속사 대표 김종도씨 “최고의 배우로 날아보자고 약속했는데…”
배우 김주혁(45)이 세상과 영원히 이별했지만 사람들은 그를 배우로 키워낸 두 사람으로도 기억할 터이다. 2005년 세상을 떠난 아버지 고 김무생 그리고 20여 년 김주혁과 함께해온 소속사 나무엑터스 김종도 대표다. 이들은 김주혁의 짧은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으로 오랜 시간을 공유했다.
● “물고기를 낚아주기보다 낚는 법을 알려준 아버지”
김주혁은 탁월한 연기자 김무생의 둘째 아들이다. 아버지는 엄한 사람이었다. 아들의 잘못에 때로는 굳은 표정으로 야단을 대신했다. 그런 아버지와 그의 연기를 보고 자란 아들도 연기자를 꿈꿨다. 하지만 아버지는 반대했다. 평생 연기를 하는 동안 감당해야 했던 힘겨움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잘 알았기 때문이다. 기어이 아들은 대학(동국대)에서 연극영화과에 진학했고 무대에 나섰다. 아버지는 아들을 이기지 못했다. 아들은 신인의 시절을 보내면서도 “김무생의 아들” “2세 연기자”라는 말이 듣기 싫었다. 그래서 더 노력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연기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았다. 이제 어엿한 배우가 되어 자라난 아들에게 연기를 대하는 태도와 자세에 대해 꾸준히 언급했다. 아들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좀 더 배울 수 있는 좋은 선생님을 잃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2014년 2월 KBS 2TV ‘1박2일’에서 아버지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보며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 친형제와 다름없는 소속사 대표와의 우정
아버지 김무생이 김주혁에게 유전적으로 끼와 재능을 물려줬다면, 김종도 대표는 우정으로 이를 발현시킨 사람이다. 두 사람은 1990년대 말 김주혁이 이제 갓 본격적인 연기활동에 나선 때 처음 만났다.
대학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매니저 구인공고를 보고 업계에 발을 내디뎠다. 몇몇 회사를 옮겨 다닌 끝에 정착한 그는 1997년 무렵 김주혁과 손을 잡았다. 김주혁은 홀로 회사를 꾸려가던 그를 자신의 차에 태우고 다니며 일했다. 영화사나 방송사 등을 함께 돌며 소개할 때면 개성 강한 외모를 지닌 김 대표를 배우로, 김주혁을 매니저로 오해하는 이들도 많았다. 두 사람은 2004년 설립한 나무엑터스를 키워냈다. 두 사람 모두 세상이 알아주는 배우와 매니저로 성장했다.
김 대표는 고 김무생과 김주혁이 처음으로 함께 광고를 촬영하던 때를 기억한다. 김무생이 “덕분에 아들이 배우가 됐다”고 하자 김 대표는 “김주혁을 좋은 배우로 만드는 것이 사명”이라 여겼다. 김 대표는 “늘 한결같고 변함이 없는 김주혁은 생색내지 않는 배려로 사람을 따뜻하게 해준다”면서 “김주혁은 보이는 것보다 120% 해낼 수 있는 친구이다. 매니저로서 최선을 다해 놀이판을 만들어 줄 것이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