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이 시작됐다. 2017시즌을 끝낸 KBO 프로야구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의 선수는 22명. 해외파 김현수까지 국내 복귀를 확정하는 등 구단 간 영입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선수 영입을 두고 벌이는 각 구단의 전략과 전술을 살피는 일은 야구팬에게 또 다른 재미다. 그래서인지 이 맘 때 꼭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2011년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영화 ‘머니볼’이다.
영화는 메이저리그 만년 꼴찌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 기적을 안긴 단장 빌리 빈의 이야기다. 돈도 없고 실력은 더 없는 ‘오합지졸’ 팀은 새 시즌을 앞두고 FA 선수들을 영입하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빌리 빈은 경제학을 전공한 분석전문가를 영입해 오직 경기 데이터만 기준 삼아 선수를 영입한다. 데이터에 기반을 둔 이른바 머니볼 이론. 문란한 사생활 탓에 저평가된 선수부터 나이가 많아 외면 받은 선수, 잦은 부상 탓에 벤치 신세를 면치 못하는 선수가 영입 대상이다.
반발은 내부에서 먼저 시작된다. 감독과 코치진은 기존 방식과 전혀 다른 파격에 거세게 항의한다. 심지어 영입 대상이 되는 선수들도 의아해하긴 마찬가지. 자포자기한 타자 스콧을 영입하러 간 자리에서 빌리 빈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선수를 사려는 게 아니라 승리를 산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머니볼 이론으로 영입된 선수들은 오클랜드를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20연승을 이뤄냈고, 다섯 번이나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빌리 빈은 전액 장학금을 약속한 스탠포드대학교 진학 대신 프로구단 입단을 택했지만 부상 탓에 제대로 실력 발휘도 못하고 은퇴했다. 과거의 상처가 크지만 앞으로 나가는 데도 주저함이 없다. 드라마틱한 승리는 언제나 남과 다른 길로 한 걸음 걸어가는 사람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