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여신의 변신… 랩처럼 헤비메탈처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6일 03시 00분


‘유튜브 1일 최다 조회’ 테일러 스위프트 3년만의 새 앨범 ‘reputation’… 음악평론가 3명과 미리 들어보니

테일러 스위프트.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테일러 스위프트.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미국 팝의 절대 강자, 싱어송라이터 테일러 스위프트(28)가 3년 만에 새 앨범인 6집 ‘reputation’으로 돌아왔다.15일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에서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17일부터는 음반이 판매된다.본보는 이 앨범을 평가하기 위해 대중음악평론가 김경진 김윤하 이대화 씨를 이에 앞선 11일 서울 마포구의 한 음반점에서 만나 함께 들어봤다.》
 

스위프트의 6집 새 앨범 ‘reputation’ 표지.
스위프트의 6집 새 앨범 ‘reputation’ 표지.
아이튠스 미국 계정에서 ‘reputation’ 전곡을 내려받은 후, 스마트폰을 매장 내 앰프에 블루투스로 연결해 들었다. 25세에 이미 10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고, 최근 신곡으로 싸이를 제치고 유튜브 하루 최다 조회수 기록(24시간 동안 4320만 건)을 세운 ‘뜨거운 스타’의 신작이다.

영업이 끝난 매장 안, 주황색 조명만이 희미한 가운데 전문가들이 스피커 쪽으로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재생. 첫 곡은 의미심장하게도 ‘…Ready for It?’이었다.

○ 강렬한 첫인상… “이것은… 파괴적 명반!?”

‘두… 두… 둥.’

앨범을 여는 초저음. 피아노 건반의 왼쪽 끝에 있는 가장 낮은 ‘미’쯤 됐다. 헤비메탈 밴드의 둔중한 베이스기타처럼 다가오는 사운드에 전문가들의 눈이 빛났다.

스위프트는 열네 살에 컨트리 음악에 투신하려 미국 내슈빌로 이주했다. 데뷔 앨범 ‘Taylor Swift’(2006년)부터 카우보이 부츠 차림에 통기타를 들고 무대에 올랐다. 4집부터 전자음악의 영향을 받아들였을 때 변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번엔 변신의 극한값이다. 첫 곡부터 빠르게 스피커 양쪽을 오가는 트랩(trap·힙합의 한 갈래) 사운드가 명확하다. 둘째 곡 ‘End Game’에서는 박자를 당겨 부르는 스위프트의 노래가 거의 랩 같다.

전문가들은 대변신과 사운드 완성도에 크게 놀랐다. 이대화 평론가는 “뻣뻣하고 거칠며 어두운 음들이 인더스트리얼 록(거친 왜곡 효과를 강조한 록의 한 갈래)의 느낌마저 준다”면서 “가장 상업적인 팝스타가 이를 자연스레 껴안아 매력적인 곡을 만든 점이 대단하다”고 했다. 김윤하 평론가는 “그러다가도 후렴구가 터질 땐 대단히 상업적인 감각이 확 치고 들어오는 부분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 맥 빠진 중반 이후… “이것은… 노력상감!”

감상회는 중반까지 흥분된 분위기로 이어졌다. 역시나 사운드적 쾌감을 주는 ‘I Did Something Bad’를 지나 방울뱀처럼 저음부가 진동하는 ‘Don‘t Blame Me’까지…. 좀더 느긋하고 달콤한 분위기의 5번 곡 ‘Delicate’에서 이 평론가는 “화음 배열과 멜로디가 대단히 아름답다”고 했다. 6번 곡 ‘Look What You Made Me Do’에 대해서는 “전자음악 중에서도 마니아 장르인 일렉트로클래시(electroclash)의 영향도 감지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의 말수는 중반부부터 부쩍 줄었다. 슬로 템포의 ‘So It Goes…’가 기점이었다. 15번 곡 ‘New Year’s Day’를 마지막으로 오디오가 멈추자 잠시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이대화 평론가가 침묵을 깼다. “앞부분은 명반 느낌이었는데, 중반부부터 평이한 곡이 많아졌다.” 김윤하 평론가는 “그래도 노력상 정도는 충분히 줄 만하다”고 했다. 김경진 평론가는 “하고 싶은 음악을 거침없이 풀어내긴 했지만 전체적으론 평작으로 봐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테일러 스위프트#repu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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