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정신과 전문의가 최근 누리꾼들과 설전을 벌인 배우 유아인에 대해 ‘경조증’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과연 경조증은 위험하기만 한 질환일까?
경미한 광기를 보이는 경조증(輕躁症·hypomania)이란 실제 상황과는 맞지 않게 넘치는 활기, 고양된 자기 존중감, 과활동성, 새로운 자극과 경험을 추구하는 행동을 보이는 병리적 정신 상태를 지칭한다. 쉽게 들뜨고 흥분하는 상태가 일정 기간 지속되는 것을 가리키는 정신질환인 조증보다 정도가 덜하다.
미국정신분석학회에 따르면, 경조증은 일반적으로 자아 경계의 완전한 상실, 현실 감각의 손상, 초자아의 용해, 또는 자신에 대한 비판적 자각의 완전한 상실 등을 보이지 않는다. 정신적 질환인 조증과는 정도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심각한 정신질환으로는 보지 않는다는 것.
오히려 이 경조증은 성공의 새로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존스 홉킨스대 의대 정신과 교수인 존 가트너는 ‘조증’이라는 책에서 미국의 성공한 기업가들이 경조증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IT 기업의 CEO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의 CEO에게서 하이포마니아, 즉 가벼운 조증 기질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약간 흥분된 상태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고 열정과 에너지가 샘솟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틀로 미국의 500년 역사에서 족적을 남긴 인물들을 분석했고, 경조증이 위대한 인물들을 탄생시켰다고 말했다.
존 가트너는 신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이 증상이 심했다고 말한다. 황금이 가득한 인도를 찾아내 그 황금으로 예루살렘이라는 성지를 탈환하는 역할을 신으로부터 전달받았다고 굳건히 믿고 탐험에 나선 콜럼버스의 과대망상이 아니었다면 신대륙은 발견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으로 헌법제정에 공헌한 초대 재무부 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은 출세 기회를 잡기 위해 전쟁이 터지기만 기다린 하이포마니아였고,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는 세계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이 자신의 소임이라고 생각했던 이상주의자였다. 인간 게놈 지도를 최초로 완성한 크레이그 벤터도 ‘미치광이’ 소리를 들은 하이포마니아 천재였다고 존 가트너는 주장했다.
그는 미국에서 성공한 기업가, 탐험가, 발명가가 많은 이유에 대해 미국이 이민자의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민자들이 모국의 안정된 생활을 버리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 타지로 떠나려면 남들보다 많은 도전 정신과 낙관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런데 이는 조증의 주요 기질이고, 유전 형질로 후세에게 전해지면서 이민자의 유전자를 타고난 사람은 기본적으로 개척 정신이 뛰어나며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도전을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현철 정신과 전문의는 최근 누리꾼들과 설전을 벌인 유아인에 대해 ‘경조증’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유아인의 상태에 대해 “진심이 오해받고 한 순간에 소외되고 인간에 대한 환멸이 조정 안 될 때 급성 경조증 유발 가능”이라며 “지금이 문제가 아니라 후폭풍과 유사한 우울증으로 빠지면 굉장히 위험하다. 이론상 내년 2월이 가장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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