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년 만에 새 싱글 ‘끌림’으로 돌아온 양파 부지런히 음반 내도 부족했던 시간들 소속사 문제로 아픔 많아…이제 안정 듣는 사람도 위로받는 노래 부르고파
한 번 들으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 그 이름, 양파(이은진·38). 10∼20대에게는 가수로서 낯선 이름이겠지만, 그의 애절한 노래를 들으며 감성을 쌓아온 30∼40대에게는 무척이나 반가운 이름이다.
‘여고생 가수’ ‘원조 R&B여왕’이라는 수식어로 ‘애송이의 사랑’ ‘아디오’ ‘사랑 그게 뭔데’와 같은 히트곡을 잇따라 내놓았던 가수 양파가 8일 싱글 ‘끌림’을 내고 오랜만에 가요계로 돌아왔다. 6년이라는 긴 공백을 끊은 양파를 최근 서울 서교동에서 만났다. 그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 차 보였지만,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까닭인지 알 수 없는 긴장감도 엿보였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는 짧은 대답의 여운에서는 기쁨과 아쉬움이 한데 뒤섞인 복잡한 감정도 느낄 수 있었다.
“소속사 문제로 아픔이 많았다. 문제가 생겨서 활동을 중단하고 마음을 다 잡아 새로운 회사를 찾았다 싶으면 또 회사가 공중분해가 되고…. 그런 과정이 반복됐다. 혼자서도 일을 해봤는데 감당하기 어려웠다. 간간히 시간을 보내다가 10년 전 5집 프로듀서로 만난 김도훈 작곡가와 손을 잡았다. 그게 2년 전이다. 예전에는 ‘소속사 문제’가 생기면 ‘왜 나만 이럴까’라는 생각을 했다면, 이제는 ‘나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걸 생각하게 됐다.”
의도치 않은 공백이 반복되다보니, 지난날들을 돌아보면 아쉬움만 더 크다.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듯 노래도 그 나이에 부를 수 있는 목소리가 있다. 이를 놓치고 당시 낼 수 있는 목소리를 흘려보내고 말았다.
“정말 부지런히 음반을 내도 부족한 시간이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아무리 외부적인 요인(소속사 문제) 때문에 그렇다고 해도 제 성격도 문제였다. 완벽한 결과물을 선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그렇고, 여러 가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생기는 ‘결정장애’도 큰 요인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후회만 할 수 없는 법이다. 그럴 성격도 아니었다. 이번 싱글을 시작으로 매달 신곡을 1곡씩 발표하고 이를 모두 합쳐 정규 앨범을 선보일 계획이다.
“20대부터 30대까지 방황의 시간이 길었다. 한때는 노래를 부르기 싫었고, ‘양파’라는 이름조차 듣기 싫었다. 어느 날 한 친구가 ‘네 이름이 양파인 것을 고마워 하라’고 하더라. 나처럼 띄엄띄엄 나오는 얘가 이름이라도 양파라서 익숙하게 항상 옆에 있었던 것 같다는 얘기다. 진짜 절실히 느꼈다. ‘애증의 이름’이었지만, 이제는 어떤 것이든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됐다.”
다잡은 마음가짐은 노래 창법도 바꾸게 만들었다. 소리를 내지르는 듯한 고음이 양파만의 특색이었다면 이번에는 최대한 담담하게 부르려고 노력했다.
“가창이 아닌 감정을 전달하는 소리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사운드도 이 계절에 딱 어울리도록 쓸쓸하게 표현했다. 어디까지 높이 올라가나 경연하는 듯한 ‘지르기의 향연’도 없고, 무한반복해서 들어도 질리지 않을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새로운 양파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번 신곡 ‘끌림’은 브리티시 팝 발라드로, 기타와 스트링의 선율이 더해져 기존 양파의 발라드들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볼 빨간 사춘기 같은 여고생의 풋풋한 감성은 이제 찾아볼 수 없지만, 한층 성숙한 양파의 목소리는 그대로다. 하지만 이제 그도 “불혹을 앞둔 나이”다.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갈 때와 달리 40대를 앞둔 지금, 앞으로 닥쳐올 시간들이 기대되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20대에는 꿈을 향해서만 달려간다. 30대가 되고 나서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해도 ‘열심히 살았네’라는 생각을 하지 않나. 그런 사람들에게 ‘나도 여기 같은 생각으로 살고 있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그런 위로를 줄 수 있는 게 노래라고 생각한다. 노래를 통해 나도 위로받고, 노래를 듣는 사람도 위로받을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
과거 절정의 인기를 누리며 살았던 시간은 이제 그에게 뿌연 안개와 같은 느낌이다. “너무나 바빠서 기억의 한 토막이 잊혀진 추억들”이었다. 그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그때는 실감도 못했지만, 이제는 작은 행복이라도 충분히 느끼면서 즐기며 살고 싶다는 그다.
결혼에 대한 생각은 더 여유로워졌다. 양파는 스무 살 때부터 매년 결혼하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지만, “아직 짝을 만나지 못해 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혼기가 찼다고 해서 부모님의 압박이 없다. 다행이다. 어느 순간 내가 결혼이라는 제도와 어울리는 사람인가 싶더라. 결혼은 하고 싶은데 자신이 없다고 해야 할까. 이 또한 때를 더 기다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