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 빠진 TV①] 대통령도 가는 ‘그곳’이 궁금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2월 15일 06시 57분


■ ‘감방 콘텐츠’가 뜬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기폭제 역할
교도소 병동 이야기 다룬 ‘크로스’
‘착하게 살자’ 수감 체험 예능까지
미지의 공간 호기심 대중의 주목

TV가 교도소가 지닌 극적인 매력에 빠졌다. 실제론 범죄자가 갇힌 험악한 공간이지만 감히 경험할 수 없고, 경험해서도 안 되는 미지의 영역이 만들어내는 호기심이 대중문화의 소재로 이어진 결과다.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오르는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인기는 교도소가 대중문화콘텐츠로 각광받는 사실을 엿보게 한다. 교도소를 ‘체험’하는 예능프로그램도 방송을 앞두고 있다. 물론 교도소라는 특수한 공간이 가진 한계로 인해 제작과정은 더욱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과거 ‘탈옥’에 맞춰졌던 교도소 이야기는 이제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변화하고 있다.

대중문화계의 시선이 교도소로 향하고 있다. 교도소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공간이지만, 친숙하게 들릴 만큼 대중문화콘텐츠의 주요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중인 케이블채널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기폭제가 되어 교도소 체험기를 담는 예능프로그램 ‘착하게 살자’가 내년 초 지상파를 통해 방송한다. 교도소 병동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는 드라마 ‘크로스’도 내년 1월29일부터 tvN을 통해 방송된다. 가장 폐쇄적인 공간인 교도소가 TV를 통해 공개적 장소로 변하고 있다.

● 교도소, 공간적 배경에서 체험의 장소로

교도소가 작품에 배경으로 등장하는 것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범죄나 스릴러 등 장르물의 증가로 범죄자가 교도소에 수감되는 설정이 자주 등장해 교도소도 낯설지 않은 장소가 됐다. 최근에는 단순히 공간적 배경으로만 그치지 않고, ‘교도소 생활’ 그 자체로 주목받고 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교도소를 ‘사람들이 살아가는 또 다른 터전’으로 그리고 있다. 제작진은 수감자나 법무부(교도소) 관계자와의 인터뷰 등 다양한 취재를 통해 실제 감방 생활과 최대한 가깝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범죄자들이 모여 있는 장소이지만,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공간으로 보여주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교도소 체험 예능 ‘착하게 살자’는 극적인 설정을 완전히 배제하고, 피의자가 실제 수감되기까지의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김종민, 돈스파이크 등 스타들이 신체검사를 받고 구속된 뒤 수감되기까지 사법시스템의 전반적인 절차를 체험한다. 아직 편성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내년 상반기 한 지상파에서 방송될 전망이다. MBC ‘진짜사나이’를 통해 ‘군대 예능’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김민종 PD가 YG엔터테인먼트 이적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tvN ‘크로스’는 13년 전 아버지를 살해한 원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의사가 된 남자가 살인범이 수감된 교도소 의무실에 지원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올해 OCN 최고 시청률 신화를 만든 ‘터널’의 신용휘 PD가 연출을 맡고, 영화 ‘블라인드’의 최민석 작가가 극본을 쓴다. 고경표 조재현 전소민이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교도소가 드라마와 예능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교도소에 간 스타 야구선수가 함께 수감된 사람들과 겪는 이야기다. 사진제공|tvN
교도소가 드라마와 예능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교도소에 간 스타 야구선수가 함께 수감된 사람들과 겪는 이야기다. 사진제공|tvN

●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교도소로 이끌어

교도소가 대중문화콘텐츠의 주요 소재로 주목받는 큰 이유는 ‘미지의 공간’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다. 범죄자가 아닌 이상 평생 살면서 근처에도 가기 힘든 곳이 교도소이다. 아무나 접근할 수 없으며 교도소의 세세한 내용을 알 수 있는 통로도 거의 없어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어 하는 창작들에게는 ‘참신한’ 아이템이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연출자 신원호 PD 역시 “교도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궁금했고, 또 한번도 다뤄지지 않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극적인 에피소드 설정이 가능하다는 점도 교도소의 활용도를 높인다. 작든 크든 죄를 지은 범죄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에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는 가정이 통하고, 그로 인해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낼 수 있다.

드라마나 영화를 넘어 예능프로그램의 소재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사회적 분위기도 작용했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구치소에 수감되면서 그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급증한 바 있다. ‘착하게 살자’는 그런 대중의 궁금증과 호기심에서 기획됐다.

‘착하게 살자’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겨울 대중에게 교도소나 구치소는 어떤 공간이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다”며 “대중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설명하는 동시에 ‘죄를 짓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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