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만 주나요? 인문학 지식에 힐링까지…‘팔색조 예능’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2월 22일 06시 57분


올해도 많은 예능프로그램이 신설됐고, 또 사라졌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가운데 ‘알쓸신잡’, ‘나 혼자 산다’, ‘효리네 민박’, ‘하트시그널’(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등은 저마다 차별화된 포맷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사진제공|tvN·MBC·JTBC·채널A
올해도 많은 예능프로그램이 신설됐고, 또 사라졌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가운데 ‘알쓸신잡’, ‘나 혼자 산다’, ‘효리네 민박’, ‘하트시그널’(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등은 저마다 차별화된 포맷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사진제공|tvN·MBC·JTBC·채널A
지식예능, tvN ‘알쓸신잡’ KBS ‘영수증’ 인기
관찰예능, ‘미우새’ ‘나혼자’ ‘윤식당’ 등 대박
일반인 연애예능, ‘하트시그널’ ‘내사친’ 주목
힐링예능, ‘효리네민박’ ‘도시어부’ 유행 선도

2017년 예능프로그램은 시청자에게 재미와 웃음만 준 것뿐만 아니라 생활의 지혜와 다양한 분야의 전문적 지식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사랑을 받았다. 지난해에 이어 ‘관찰’ 포맷은 꾸준히 인기를 끌었으며, 남녀관계의 짜릿한 감정을 다루는 프로그램도 주목받았다. ‘프로듀스 101’의 성공으로 비슷한 오디션프로그램이 잇달아 제작되기도 했다. 다시 찾아온 강호동의 전성기와 김생민의 첫 전성기는 예능시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KBS가 노조 파업으로 연예대상을 취소해, 올해는 MBC와 SBS만 연예대상을 벌인다는 것이다. 스포츠동아가 2017년 예능계를 되짚어본다.

각박한 세상, 올해도 시청자들을 웃음으로 위로한 건 예능프로그램이었다. 하나의 프로그램이 성공하면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방송가의 특성상 올해 예능 트렌드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크고 작게 변화를 주며 시청자들의 웃음과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한 프로그램이 있다. 올해 방송한 수많은 예능프로그램 가운데 유독 화제를 모은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방송가를 움직인 ‘5가지 예능 트렌드’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 지식예능…웃으며 배우는 알찬정보

예능을 통해 정보를 얻기 시작한지 오래다. 하지만 이젠 그 정보의 범위가 인문학 등으로 넓어졌고, 당장 생활에서 써먹을 방법을 제시하는 세밀한 방향으로 진화했다. 과학자, 소설가, 시사평론가 등이 모여 방대한 지식과 정보를 쏟아낸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알쓸신잡)은 지식예능의 전성기를 알린 신호탄. 몰라도 크게 문제없지만 알아두면 두고두고 요긴하게 써먹을 만한, 다방면 지식으로 꽉 찬 예능으로 올해 방송가 트렌드를 주도했다. 지식은 실천을 유도한다. 올해 메가히트 예능으로 꼽히는 KBS 2TV ‘김생민의 영수증’은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재테크 노하우를 소개하면서 ‘돈 모으고 싶은’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SBS ‘미운 우리 새끼’. 사진제공|SBS
SBS ‘미운 우리 새끼’. 사진제공|SBS

● 관찰예능…“내가, 지켜보고 있다!”

몇 년째 계속된 인기, 올해도 변함은 없었다. 결혼적령기를 한참이나 넘긴 ‘노총각 연예인’의 일상을 지켜보거나(SBS ‘미운 우리 새끼’), 휴양지에 식당을 차려 손님을 맞는 스타들을 엿보는(tvN ‘윤식당’) 관찰예능은 올해도 대세다. 유명 연예인이 혼자 살아가는 모습(MBC ‘나 혼자 산다’)이나 외국인의 눈으로 한국 곳곳을 비추는 프로그램(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까지 그 소재와 범위의 팽창도 빠르다. 관찰예능의 미덕은, 멀게만 느껴지던 유명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면서 공감과 위로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 관찰은 그 자체로 예능 열풍을 이끄는 주요 축으로 자리 잡은 만큼 2018년에도 ‘시청률 예약’이다.

● 연애예능…공감과 관음의 경계에서

시청자들은 자신이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닌데 설레며 어느 순간 출연자들과 동화된다. 6월 방송됐던 채널A ‘하트시그널’, 8월 엠넷 ‘내 사람친구의 연애’, 현재 방송 중인 SBS ‘잔혹하고 아름다운 연애도시’는 처음 만난 남녀가 커플이 되기 위해 치열한 심리전을 펼친다. 이들은 일정 공간에서 지내다 자신도 모르게 호감을 쌓고, 어느새 사랑으로 변했음을 느낀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이지만 누구나 지니고 있는 ‘사랑’이라는 보통의 감성이어서 쉽게 공감한다. 특히 이 과정은 남의 연애를 몰래 지켜보는 것 같아 짜릿하기까지 하다. ‘하트시그널’은 기대 이상의 인기에 내년 시즌2 방송을 기획하고 있다.

채널A ‘도시어부’. 사진제공|채널A
채널A ‘도시어부’. 사진제공|채널A

● 힐링예능…각박한 일상의 탈출

학생은 등교하고, 직장인은 출근하고, 주부는 집안을 돌보느라 아침부터 정신이 없다. 시계바늘처럼 쉬지 않고 돌아가는 일상에서 잠깐의 여유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하게 해준다. 지금의 자리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여력이 되지 않을 때는 TV만큼 나은 것이 없다. 자연에 몸을 맡긴 채 낚시에만 몰두하는 이덕화와 이경규의 채널A ‘도시어부’는 바닷바람을 안방극장으로까지 실어줬다. JTBC ‘효리네 민박’을 가득 메운 제주도의 광활한 경치는 마음을 탁 트이게 했다. tvN ‘대화가 필요한 개냥’은 인간관계에서 메울 수 없는 마음의 안정을 안겨준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시청자의 마음은 편안해진다.

‘프로듀스 101 시즌2’에서 배출한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 사진제공|YMC엔터테인먼트
‘프로듀스 101 시즌2’에서 배출한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 사진제공|YMC엔터테인먼트

● 오디션 예능…“주인공은 나야 나”

소년들이 누나들의 마음을 훔치면서 또 다시 ‘오디션 붐’이 일었다. 한풀 꺾였던 오디션프로그램 열풍은 4월부터 두 달간 방송한 케이블채널 엠넷 ‘프로듀스 101’ 시즌2를 시작으로 방송가를 강타했다. ‘프로듀스 101’에서 배출한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은 데뷔와 동시에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수만 명의 누나들로 가득 채웠고, 데뷔 앨범은 100만 장 넘게 팔아치웠다. 이들은 기존 아이돌 산업을 뛰어넘어 대중문화, 경제 등 사회 전반을 뒤흔드는 강력한 문화콘텐츠로 자리잡았다. 덕분에 유사 오디션 프로그램인 KBS 2TV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과 JTBC ‘믹스나인’ 등이 현재 방송 중이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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