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송년 모임에서 한 구호단체 관계자를 만났다. 관계자는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연예인들의 기부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최근 한 보컬그룹의 두 멤버가 실명으로 경북 포항 지진 피해자들을 위해 써달라며 적지 않은 액수의 돈을 기탁해왔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구호단체 측에 자신들이 기부 사실을 외부, 특히 언론에 알리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관계자는 “왜 그들이 자신들의 선행을 애써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지는 모른다”고 밝혔다.
이 보컬그룹의 멤버들은 특히 지난해 큰 인기와 화제를 모은, 이름만 대면 알만한 이들이다. 관련 내용을 기사화하고 싶다는 요청에 관계자는 “그들의 의지를 지켜주고 싶다”고 답했다.
사실 연예인들을 비롯한 유명인사들의 기부 행위는 대중적으로 큰 영향력을 미친다. 관계자는 “연예계 스타들의 기부 사실이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그 선행을 이어가려는 시민들의 참여가 늘어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각 자선·구호단체들이 관련 내용을 언론매체에 적극적으로 알리려고 하는 이유다. 따라서 유명인사들의 선행에 실명이 뒤따르는 것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그렇다고 이번 보컬그룹 멤버들의 ‘익명’ 기부가 의미 없다는 건 아니다. 이들은 지진 피해의 아픔을 겪은 이들을 향한 따뜻한 손길을 내민 또 다른 시민이다. 이 같은 적지 않은 정성이 한 데 모여 크고 더욱 따뜻한 마음의 바다를 이루는 것은 물론이다. 그래서 이들 역시 그 기부행위 자체만으로 자신들의 역할을 한 셈이다.
2018년 ‘익명’이든, 실명이든 연예인들의 기부와 선행이 계속 이어져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려는 마음의 바다가 생겨나기를 기원한다. 때가 되면 이들 보컬그룹 멤버들의 실명도 밝힐 수 있기를 바란다. 따뜻한 마음의 바다로 가는 작은 강줄기는 언제나 아름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