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신인그룹입니다! 저희 요 앞에서 공연하는데 이거 드시고 꼭 보러와 주세요!”
무더위가 가시기 전인 2015년 8월의 어느 날,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거리. 5명의 젊은이가 땀을 뻘뻘 흘리며 행인들에게 사탕을 건네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신출내기 대학생 밴드쯤으로 보이는 이들이 실은 JYP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그룹이라는 걸 눈치채는 이는 없었다.
태생은 대형 기획사 출신 ‘금수저’. 하지만 성장 과정은 ‘흙수저’를 자처했다. 록 밴드 형태의 아이돌 그룹 데이식스(DAY6) 말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밴드 연습실에서 이들을 만났다. 과연 춤 대신 기타 드럼 건반 연주 연습에 한창이었다. 연습실 규모와 분위기도 홍대 앞 인디밴드와 다름없다. 한편에 악기 케이스와 기타 앰프가 쌓여 있다.
○ ‘죽이는 자작곡 없이는 데뷔도 없다!’
성진(기타·리더), 영케이(베이스기타), 원필(건반)은 2010년 일반적 아이돌을 꿈꾸며 JYP에 들어왔다. “춤, 노래 연습을 2년쯤 했는데 회사에서 밴드 데뷔 제안을 주셨죠. 좀 당황했지만 ‘너희 이야기를 너희가 풀어내라’고 해서 좋았어요.”(영케이)
‘자작곡으로 OK 사인을 받기 전에는 데뷔시켜 주지 않겠다!’
회사 측은 멤버들을 늑대새끼들처럼 다루기로 했다. 생존 투쟁으로 내몰았다. “연습생 신분임에도 팀 전용 연습실을 획득했다”(성진)는 기쁨도 잠시였다. 손가락에 이중으로 물집이 잡힐 때까지 악기 연습을 하며 작사 작곡 공부도 병행해야 했으니까. 멤버들은 매일 머리를 맞댔다. ‘이러다 데뷔도 못해보고 청춘 다 가는 건가.’ 100여 곡을 써 회사에 제출해봤지만 연방 퇴짜였다.
“우리가 좋은 곡을 쓸 수 있을까, 불안감이 갈수록 커졌어요.”(원필) 그렇게 2년이 흘렀다. 2015년 중반, 마침내 이들의 자작곡 ‘Congratulations’에 박진영 프로듀서, 정욱 대표 이하 JYP 직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꿈에 그리던 데뷔였다.
○ 공식 팬클럽 창단, 전국 순회공연…2018년은 비상의 해
“요즘은 악기 톤(음색)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귀도 더 트였죠.”(제이·기타)
데이식스는 지난해 혹독한 일정을 소화했다. 정규앨범 2장 포함 총 10장의 음반 발표, 단독공연 11회…. 2년 반 전, 거리에서 사탕 돌리며 시작한 이들이 연말엔 2000석짜리 공연을 4회 매진시켰다. 5년간 바닥부터 뛴 데 대한 보상일까. 최근 공식 팬클럽(마이데이)도 창단됐다. 평단에서도 이들이 만드는 매끈한 록 음악의 힘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밴드 형태인 이들은 다른 아이돌에 비해 조금 더 자유롭다. ‘Free하게’는 서울 마포구 와우공원 등나무 아래 모여 통기타 치며 만든 노래다. 영케이는 “초등학교 졸업 후 부모와 떨어져 살며 연애 등 다양한 경험을 한 게 도움이 됐다”고 했다. 부산예대 재학 중에 오디션을 통해 합류한 도운(드럼)은 “원래 꿈은 부산에서 드럼 강사로 돈을 버는 거였다”며 웃었다.
인디 쪽에서도, 아이돌계에서도 별종으로 통한 이들은 때로 정체성 혼란에도 빠졌지만 100곡 넘게 함께 작업하며 노하우가 생겼다고 자부한다. “먼저 곡 분위기에 따라 악기 편곡을 해 녹음한 뒤, 그걸 들으며 다섯 명이 자기 느낌대로 멜로디를 지어요. 그들 중 좋은 것을 합쳐 선율을 완성하고 가사를 얹죠.”(영케이)
데이식스는 20일부터 부산 대구 대전을 도는 첫 전국 순회공연을 연다. 2018년. 유기농처럼 느리게 성장한 이 아이돌 밴드가 보여줄 과실은 어떤 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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