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솔직히 그들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왜 그들을 좋아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내 기억 속에 방탄소년단은 수많은 아이돌 그룹 중에 하나였고, 첫 인상도 그다지 강렬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방탄소년단의 열기가 최고조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방탄소년단의 성과를 소개하는 기사에도 숫자로 증명되는 ‘팩트’로만 전할 뿐이었다. 언젠가 때가 되면 그들을 ‘잘’ 알게 되겠거니 하고, 그들의 매력을 찾는 일은 잠시 뒤로 미뤘다.
지난해 12월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앙코르 콘서트를 시작으로 그들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연말 열린 방송 3사의 가요 축제에서도 제작진들이 방탄소년단의 무대에 꽤나 공을 들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짧은 동영상 조회수도 다른 가수들을 압도했다. 이들의 인기 기반이 된 유튜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멤버들의 일상이 소개된 ‘방탄 밤’부터 팬들이 직접 찍어서 올린 각종 ‘직캠’들까지.
요상한건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끊을 수 없다는 것과 자꾸 다른 걸 더 찾아보게 된다는 것이다. 팬들이 말하는 ‘입덕’의 순간이다.
이들의 과거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처음 이들을 인터뷰한 자료를 찾아봤다. 정확히 2015년 4월28일 오전 10시. 이튿날 발매된 ‘화양연화 파트1’ 홍보차 댓바람부터 스포츠동아를 찾았다. 그들은 당시 데뷔 3년차를 맞아 “이번엔 뭔가 제대로 보여줄 때”라고 했다. 하지만 멤버 한명을 제외하고 모두 감기에 걸려서인지, 잠이 덜 깨서인지, 그런 의지를 찾아보기란 어려웠다. 그들에게 물었다. 왜 방탄소년단의 인지도가 없다고 생각하느냐고. 자기반성의 시간이 이어졌다. 그들 역시 “뭔가 ‘한방’이 없어 아쉽고 답답했다”고 했다. 팀 이름처럼 뭔가 때려 부수고, 강렬하고 진한 아이 메이크업으로 임팩트만 주려했지, 우리 음악을 찾아 듣게 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도 했다. “방탄소년단의 아이덴티티를 찾아가고 있는 과정”이라는 제법 진지한 설명까지 내놓았다.
당시 그들의 목표는 하나였다. 음악방송 1위. 갈망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세계무대에서 ‘노는’ 방탄소년단이 되리라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