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국내 개봉하지 않은 영화와 그 여주인공이 화제다. 8일 열린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드라마 부문 4관왕을 차지한 영화 ‘쓰리 빌보드’, 그 중에서도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프란시스 맥도맨드를 향한 관심이다.
국내서 유명세가 대단한 할리우드 스타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인지도는 낮지만, 60세의 이 배우는 출연하는 영화마다 관객에 쉽게 잊히지 않는 연기를 보여준 인물이다. 대표작도 여러 편. 특히 1997년 국내 개봉한 영화 ‘파고’는 빼놓기 어렵다.
범죄스릴러의 명작으로 꼽히는 ‘파고’는 조엘 코엔, 에단 코엔 형제 감독의 실력을 세계 영화계에 알린 작품이다. 섣부른 거짓말이 만든, 불완전한 인간들의 파국을 팽팽한 긴장감으로 완성했다.
극의 무대는 1987년 파고라는 이름의 작은 마을. 빚에 시달리던 자동차 세일즈맨 제리는 자신의 아내를 납치해 돈 많은 장인에게 몸값을 받아내려는 계획을 세우고, 양아치나 다름없는 칼과 게어를 고용한다. 제리의 아내를 납치한 두 사람은 엉뚱한 상황에 뒤엉키면서 연이어 살인을 저지른다.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이들을 쫓아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시골 경찰서장 역할. 혼자 자동차 시동을 켜는 것도 어려운 만삭의 몸이지만 범죄수사에는 타고난 직감을 가진 인물이다. 집요하게 사건의 실체에 접근한 그는 결국 전말을 밝혀낸다.
얼핏 ‘파고’와 ‘쓰리 빌보드’에서의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파고’에선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만삭의 수사관이었다면, ‘쓰리 빌보드’에선 무능한 경찰 대신 딸을 죽인 살인범을 응징하는 엄마다. 21년의 시차를 두고 나온 두 영화에서 그의 모습을 비교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다.
‘파고’는 제49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비롯해 원 없이 상복을 누렸다. 프란시스 맥도맨드 역시 제69회 미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