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과함께’ 103개국 선판매 ‘염력’, 넷플릭스 통해 190개국 공개 “창의적 소재·감독 인지도 상승 영향”
한국영화가 세계 100여개국에서 공개된다는 소식은 이제 익숙하다. 해외에서 인지도를 쌓은 감독과 배우가 늘어나고, 이들이 협업한 새로운 이야기가 블록버스터로 완성되면서 한국영화의 수출이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띠고 있다.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도 한 몫을 한다.
관객 1280만 명을 넘어선 영화 ‘신과함께:죄와벌’이 개봉 전 이미 103개국 선판매에 성공해 경쟁력을 증명한 데 이어 대만과 홍콩에서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는 기록을 연이어 만들어가고 있다. 국내 상영과 해외 개봉이 동시기 이뤄지는 사실도 주목할 만한 성과다.
지난해 여름 개봉한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는 113개국에 팔렸고, 그 보다 앞서 2016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 역시 개봉에 앞서 116개국에 판매됐다. 유명 감독과 톱 배우의 만남, 희소성 강한 이야기가 해외 바이어의 선택을 이끌어낸 배경으로 지목된다.
각각의 영화가 가진 고유한 경쟁력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신과함께’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15일 “한국적인 세계관을 반영한 드라마와 저승을 구현한 비주얼에 대한 높은 반응이 해외 판매를 이끌었다”고 밝혔다.
염정아 주연 공포영화 ‘장산범’과 김옥빈의 액션 ‘악녀’ 역시 각각 122개, 136개국에 판매됐다. 대작은 아니지만 장르에 충실한 작품들이다. 두 영화의 해외 판매를 담당한 콘텐츠판다 관계자는 “‘부산행’ 이후 한국영화의 판권가격 상승과 판매국가 증가가 눈에 띈다”며 “북미는 물론 남미에서도 이젠 한국영화를 찾는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영화가 100개국 이상에서 공개되는 분위기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의 가세로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넷플릭스가 한국영화의 판권을 구입하는 사례가 늘면서 형성된 새로운 현상이다.
31일 개봉하는 류승룡·심은경 주연의 ‘염력’은 지난해 11월 아메리칸필름마켓에서 넷플릭스와 글로벌 판권계약을 체결했다. ‘부산행’을 만든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라는 사실이 주효했다. 최근 개봉한 ‘강철비’ 역시 넷플릭스에 판권을 판매했다. 이를 통해 ‘염력’과 ‘강철비’는 국내 극장 상영을 마무리 짓고 넷플릭스가 서비스를 진행하는 전 세계 190개국에 동시 공개된다.
넷플릭스로 인해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되고, 대대적인 해외개봉이 추진되는 영화도 여러 편이지만 이를 한국영화 전체의 상황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영화 해외 판매를 담당해온 해외배급사 화인컷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유명한 감독들의 작품이 높은 관심을 얻어 여러 나라에 판매되는 경우가 확실해지고 있지만 한국영화 전체적인 상황으로 보기는 아직 이르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