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오달수는 영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에서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올드보이’ 속 ‘장도리 액션’ 장면까지 패러디하며 작정하고 웃음을 자아낸다. 그는 설 명절 영화를 알리는 빠듯한 일정을 보내고 두 편의 영화와 한 편의 드라마로 또 다시 내달린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개봉 D-1 ‘조선명탐정3’ 주연 오달수
“김명민과 몸개그 불사…웬만해선 NG 없이 술술 내 입으로 말하기 뭐하지만 세 편 중 가장 웃기다”
“3편은 웃음과 눈물 함께 가져다줘 안정감 커 관객들이 많이 우는 영화 중 망한 작품 못 봤죠”
배우 오달수는 얼마 전 스쿠터 한 대를 장만했다. 평소 운전도 즐기지 않는 그가 스쿠터를 구입한 건 순전히 바이크 마니아인 배우 김명민의 권유 때문이다. “함께 라이딩 하자”는 김명민의 설득을 계속 거절할 수 없어서 양보 끝에 장만한 게 스쿠터라고 했다.
“한남동에서 스쿠터를 사서 대학로까지 끌고 오는 데만 40분이 걸렸다. 앞에서 김명민이 리드해주고 내가 뒤를 따랐다.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 라이딩이다. 하하! 스쿠터는 장 보러 갈 때 요긴하게 쓰고 있다.”
영화계에는 소위 ‘오달수의 남자들’로 불려도 될 법한 배우들이 있다. ‘암살’과 ‘터널’을 함께한 하정우, ‘국제시장’과 ‘베테랑’의 파트너 황정민 등이다. 하지만 김명민이야말로 오달수와 뗄 수 없는 ‘콤비’다. 2011년 이들이 함께 시작한 ‘조선명탐정’ 시리즈는 2014년 2편에 이어 8일 개봉하는 3편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로 이어진다. 오달수·김명민은 물론 연출자인 김석윤 감독, 제작사인 청년필름, 주요 스태프까지 1편부터 3편까지 변함없이 함께했다.
개봉을 앞두고 만난 오달수는 “‘조선명탐정’ 촬영현장은 표준계약서가 딱히 필요 없었다”고 했다. 이 말은 과장이 아니다. 보통 영화 촬영현장에서 당일 찍을 분량을 두고 배우와 스태프가 미리 호흡을 맞춰 연습하는 리허설 과정이 ‘조선명탐정’에서는 필요치 않았다. 웬만해선 NG도 나지 않았다고 했다.
“아침 8시에 촬영을 시작하면 그날 찍어야 할 분량이 오후 1∼2시에 다 끝났다. 늘 예정보다 훨씬 일찍 끝났다. 밤 촬영 때도 마찬가지였다. 너무 일찍 끝나다보니 현장에서 야식을 먹어본 기억도 없다. 하하! 감독님이 너무 크게 웃는 바람에 몇 번 NG가 났을 뿐이다.”
영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의 한 장면. 사진제공|청년필름
자신의 연기나 출연 영화에 만족스러운 반응을 좀처럼 내놓지 않는, 말수 적은 오달수이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내 입으로 말하기 뭐하지만 시리즈 3편을 통틀어 가장 웃겼다”고 했다.
빈말이 아니다. 영화는 작정하고 웃긴다. 오달수와 김명민은 일명 ‘몸개그’도 불사한다. 햇수로 8년간 이어진 시리즈의 저력이 코미디에서 빛을 발한다. 설 명절을 겨냥한 영화로서 상당한 흥행 성과가 기대되는 작품이다.
그 와중에 오달수는 영화 ‘올드보이’의 명장면으로 통하는 이른바 ‘장도리 액션’까지 패러디했다. ‘올드보이’는 연극배우 오달수를 영화계에 알린 첫 번째 영화다.
“기가 막혀서 웃었다. 시나리오 볼 땐 패러디를 왜 하는 건지 잘 몰랐다. 완성된 장면을 보니 역시, 감독님은 머리가 정말 좋다. (최)민식 형님껜 죄송하다. ‘올드보이’ 때 형님이 그 장면을 17시간 동안 찍었다. 나도 옆에서 다 지켜봐서 그 고통을 잘 안다. 형님이 고생고생해서 찍은 그 장면을 내가 거저 가져갔다. 나는 10분 만에 찍었으니까.”
이번 3편은 웃음도, 이야기도 강화됐다. 양반가 자제인 탐정 김민(김명민)과 그의 파트너이자 거대 상단을 움직이는 거상 서필(오달수)이 흡혈귀가 출몰한 강화도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이야기다. 이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 월영(김지원)을 만나 사건을 파헤치고 그 과정에서 그녀의 기구한 사연이 드러난다.
오달수는 “3편은 웃음과 눈물이 함께 있어 안정감이 크다”고 했다. 사실 ‘눈물’은 그가 출연해 1000만 관객에 성공한 영화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그가 출연해 최근 1400만 관객을 모은 ‘신과함께 - 죄와 벌’ 역시 눈물을 빼놓기 어렵다.
“관객이 보고 많이 우는 영화치고 흥행에 실패한 작품은 없다. 그만큼 눈물은 관객의 마음을 위로하는 게 아닐까. 관객의 마음을 움직여 눈물을 흘리게 하는 건 사실 배우의 힘에 달렸다.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관객이 움직일지 아닐지 결정되니까 말이다.”
영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의 오달수.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오달수는 설 명절에도 영화를 알리는 무대 인사를 소화할 계획이다. 현재 촬영 중인 또 다른 영화 ‘이웃사촌’ 일정도 빠듯하다. 그렇다고 부산에 계신 모친을 찾아뵙는 일을 거를 순 없다. 그는 “바빠도 부산에 들러 세배는 해야 한다”고 했다.
“부산에서 대학 다닐 땐 연극한다고 학교에 가지 않았다. 출석 미달로 제적까지 당했다. 20대를 돌아보면, 연기하길 잘했다. 20∼30대를 고스란히 연극에 바쳤다.”
지금의 20대가 그와 비슷한 선택을 한다면 오달수는 어떤 말을 해줄까.
“그때 난 매일 어두운 소극장에 있었다. 젊은 친구들에겐 연극은 나중에 시작해도 되니 지금은 길로 나서 보라고 말하고 싶다. 길에 나서는 순간 할 일은 천지다. 하다못해 쓰레기를 주울 수도 있고, 지리산으로 훌쩍 떠날 수도 있지 않겠나.”
‘조선명탐정3’를 내놓은 뒤 그는 또 다른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컨트롤’ 등을 줄줄이 내놓는다. 올해 상반기까지 촬영 일정이 찼다. 그런 오달수가 분주한 일정을 쪼개 3월21일 방송을 시작하는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참여하는 건 색다른 선택이자 도전이다. ‘시그널’ ‘미생’의 김원석 PD와 손잡고 이선균, 송새벽과 더불어 3형제 역을 맡았다. “따뜻한 이야기”가 오달수의 마음을 이끌었다. 그는 “따뜻한 정서가 좋았고 시청자에게도 따뜻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