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짧은 연휴다. 주말까지 겹쳐 나흘이다. 차례 지내고 가족도 만나고 휴식도 가져야 하는 빠듯한 일정. 시간이 부족할수록 ‘투자 대비 효용’ 측면에서 영화만한 게 없다. 이번 설에는 3편의 한국영화가 관객을 찾아간다. 코미디로 명절을 조준한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익숙한 고전을 재해석한 ‘흥부’, 누명을 쓴 순수한 청년의 이야기 ‘골든슬럼버’다.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한 엄선 과정은 필수. 세 편을 ‘3색 지수’로 살폈다.
● 신선 지수…흥부 > 조선명탐정3 > 골든슬럼버
다행히 비슷한 장르도, 비슷한 이야기도 아니다. 저마다 새로운 소재를 풀어내는 게 특징. ‘흥부’는 고전 흥부전을 비틀어 호기심을 당긴다. 작가 흥부가 바라보는 양반 형제의 사연이 흥부전의 소재가 되고, 이를 토대로 ‘올바른 세상’을 만들자는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서사의 전개가 묵직하다. 물론 기발한 시도가 작품의 완성도까지 보장하지 않지만.
‘조선명탐정3’는 코미디인데도 얽히고설킨 탐정극으로 추리욕구를 자극한다. 일거양득의 재미가 있지만 자칫 얕보다가는 ‘무슨 얘기야’를 연발하게 된다는 게 함정. ‘골든슬럼버’는 권력에 맞선 순박한 청년의 고군분투기다. 우정, 그 시절의 향수를 담아내려다가 범죄극으로 급회전한 느낌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 열연 지수…골든슬럼버 > 조선명탐정3 > 흥부
세 편을 통틀어 배우의 도전, 변화 측면에선 강동원이 가장 반갑다. “착하게 살면 안 되냐”고 외치는 택배기사의 순수한 얼굴이 이토록 어울릴 줄이야. 몸무게를 늘리고 헤어스타일까지 ‘뽀글 머리’로 바꿨다. 권력에 맞서 울부짖는 그의 얼굴을 보면 왠지 서글퍼진다.
사실 배우들의 앙상블에선 ‘조선명탐정3’의 김명민·오달수를 따를 순 없다. 벌써 8년째 시리즈를 함께해 왔으니 ‘찰떡 호흡’은 당연한 결과. 다만 예상한 그 만큼의 모습을 보인다. ‘흥부’는 고 김주혁을 제외하곤 주요 배역으로 나선 배우들에게서 새로움이나 노련함을 찾기 어렵다. 여러 배우가 나오지만 각자의 역할에 녹아들었는지도 물음표. 존재감이 없거나 과하거나.
● 매력 지수…조선명탐정3 > 골든슬럼버 > 흥부
이런저런 계산 없이 웃고 싶다면 ‘조선명탐정3’가 안성맞춤이다. 시리즈가 계속된 힘은 그만큼 관객이 선호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엔 작정하고 웃기려는 제작진의 상업적인 장치도 늘었다. ‘명절=가족=코미디’로 이어지는 공식에 가장 적중한 영화다.
‘골든슬럼버’는 10∼20대보다 30∼40대, 여성보다 남성 관객이 선호할만한 작품. 순수하게 꿈을 키운 그때 그 시절이 그리운 이들, 그날의 감성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고 믿는 이들의 취향을 저격한다. ‘흥부’는 매력적인 기획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아쉬움이 못내 한계로 남는다. 방대한 이야기를 담으면서도 흐름을 놓치기 일쑤. 중요 인물인 대비 역으로 가수 김완선이 느닷없이 등장하는, 뜬금없는 상황도 집중력을 깨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