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하늘 “조민기 교수 학과 내 절대권력, 오피스텔로 여학생들 불러…”

  • 동아닷컴
  • 입력 2018년 2월 21일 08시 29분


충북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졸업생이라고 밝힌 연극배우 송하늘 씨가 배우 조민기(53)의 과거 성추행을 폭로했다.

송하늘 씨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잊고 지내려 애썼지만 조민기 교수가 억울하다며 내놓은 공식입장을 듣고 분노를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저와 저의 친구들, 그리고 수많은 학교 선후배들이 지난 수년간 겪어내야만 했던 모든 일들은 ‘피해자 없이 떠도는 루머’가 아니며 ‘불특정 세력의 음모로 조작된 일’도 아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송하늘 씨는 “저와 제 친구들, 그리고 선후배들이 당했던 일은 명백한 성추행이었다. 나서기 너무 두려웠고 지금 이 순간에도 두렵지만 이 논란이 잠잠해지면 어디에선가 또 제2, 제3의 피해자가 저처럼 두려워하며 지낼 거라는 생각에 용기를 내서 글을 적어 보려한다”고 밝혔다.

송 씨는 2013년 자신이 청주대 연극학과에 입학했을 당시 조민기의 성추행은 교내 공공연한 사실이었으나 유명 배우이자 교수인 조민기는 학과 내 절대 권력이었기에 아무도 고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송 씨는 “조민기 교수는 예술대학 캠퍼스 근처에 오피스텔을 가지고 있었다. 일주일에 몇 번 씩 청주에 수업하러 오는 날 밤이면 오피스텔로 여학생들을 불렀다. 워크샵이나 오디션, 연기에 관한 일로 상의를 하자는 교수의 부름을 거절할 수 없었던 어린 학생들은 조민기 교수의 오피스텔에 불려가 술을 마셨다”며 “가지 않으면 올 때까지 전화를 하거나, 선배를 통해 연락을 하거나, 함께 있는 친구에게 연락을 해왔기에 결국은 그 자리에 갈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한번은 친구와 저 단 둘이 오피스텔에 불려가 술을 마시고는 여기서 자고 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저와 친구는 집에 가겠다고 했지만 조민기 교수는 끝까지 만류했고 씻고 나오라며 갈아입을 옷을 꺼내주고 칫솔까지 새 것으로 꺼내주었다. 어떻게 이 상황을 모면해야할지 몰랐다. 화장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 조민기 교수는 저희 둘을 억지로 침대에 눕게 했고, 저항하려 했지만 힘이 너무 강해 누울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침대에 눕혀진 저의 배 위에 올라타서 ‘이거 비싼거야’라며 제 얼굴에 로션을 발랐다. 무력감이 들었다. 힘으로 버텨도 아무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자 머릿속이 하얘져서 어떤 소리도 낼 수 없었다. 그 사람은 저와 제 친구 사이에 몸을 우겨넣고 누웠다. 팔을 쓰다듬기도 하고 돌아누워 얼굴을 빤히 쳐다보기도 하고 옆구리에 손을 걸치기도 했다”며 “그럴 때 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밤새 뜬 눈으로 조민기 교수가 잠들기만을 기다렸다가 저와 제 친구는 몰래 오피스텔을 빠져나왔다”고 고백했다.

송 씨는 이외에도 조민기가 평소 남자친구와의 성관계 경험을 묻는 등 수치스러운 질문을 서슴지 않았고, 가슴을 만진 뒤 “생각보다 작다”고 말하는 등 음담패설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송 씨는 이후에도 선배들과 조민기의 오피스텔에 수차례 불려갔으며, 자고 가라는 조민기의 말을 따르지 않고 술에 취한 선배를 데리고 오피스텔을 떠난 다음날 조민기가 자신을 무시하거나 눈치를 주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송 씨는 “팀 회식과 같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옆자리에 앉은 여학생의 허벅지를 만지거나 등을 쓰다듬고 얼굴 가까이 다가와 이야기하거나 얼굴을 만지는 등의 행위는 너무 많아 다 적을 수도 없다”며 “2014년 1학기 노래방으로 팀 회식을 갔던 날, 여학생들을 억지로 일으켜 세워 춤을 추게 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가슴을 만지는 등의 신체 접촉이 이루어졌다. 가만히 앉아있던 여학생의 다리를 갑자기 번쩍 들어 올려 상의가 뒤집어져 속옷이 다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조민기에게 강제로 입맞춤을 당했지만 성추행을 당한 자신도, 이를 지켜보던 학과 선후배들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송 씨는 “수차례 주위에 상담을 했지만 그 자리에 왜 갔느냐, 왜 가만히 있었냐 하는 물음과 질책뿐이었다. 유난히 조민기 교수에게 자주 불려갔던 여학생들은 꽃뱀 취급까지 받아야 했다”며 “저와 다른 피해자들은 소문이 잘 못 날게 두려워서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그냥 당하고도 가만히 있는 게 피해를 최소화 하는 길이었다. 나는, 우리는 아무런 힘도 없으니까”라며 그간의 고통을 호소했다.

이어 “하지만 이제는 제가 겪은 이 모든 일들이 제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함께 두려워하고 고통 받았던 수많은 친구, 선후배들의 잘못도 아니다. 피해자를 스스로 숨게 만들어 가해자들이 안전할 수 있는 세상은 이제 끝나야 한다. 저 이전의 수많은 선배들과 이후의 수많은 후배들이 더 이상 연기를 못하게 될까봐, 잘못 찍히면 다시는 이 세계에 발붙이지 못할까봐 두려워 꾹꾹 참아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런 일을 당했음에도,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이 있을 것임을 알고도 나서서 행동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나의 선배들이 나에게 해주었듯이, 나도 나의 후배들에게 ‘조심하라’는 말 밖에 해주지 못해서 정말로 미안하다. 부디 다시는 어떤 학교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송 씨는 “꿈을 키우고 실력을 갈고 닦을 터전이 되어야 할 학교에서 교수가 제자에게 가한 이 성폭력은 절대로 용서받지 못할 잘못이다”라며 “학교는 학생들의 순수한 열정을 더러운 욕망을 채우는 데 이용하는 괴물이 발도 붙일 수 없는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20일 청주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조민기에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 신고가 학교 측에 접수됐고, 이후 연극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피해자 진술을 확보해 교내 양성평등위원회에 넘겼다. 1월 말 열린 징계위원회에서 조민기에 대한 3개월 정직이라는 중징계 결정이 내려졌고, 2월28일자로 면직 처분하기로 했다.

성추행 의혹과 관련 조민기 측은 “성추행 관련 내용은 명백한 루머”라며 “교수직 박탈 및 성추행으로 인한 중징계 역시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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