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일화(60)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A 씨는 연극 ‘애니깽’ 연기 지적을 받다가 변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최일화가 연기 지도 과정에서 일종의 ‘권력’을 행사했다는 것. 문화계에서 성추행 폭로가 다수 나오는 이유도 이러한 ‘권력’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1983년 극단 ‘마당세실’ 연구생으로 입단한 최일화는 대사 한 마디 밖에 없는 단역을 주로 맡으면서도 무대조명·음향·소품·기획·풀팅(벽에 연극 포스터 붙이는 일) 등의 일을 병행하며 기회를 엿봤다. 그리고 조금씩 이름을 알렸다.
그렇게 연극계에서 입지를 다지던 최일화는 1990년대 초 연극 ‘애니깽’에 출연한다. ‘애니깽’은 1988년 당시 극단 신시의 대표였던 김상렬 씨가 극본을 쓰고 연출한 작품으로, 조선 말기 가난 때문에 멕시코로 떠난 사람들의 애환을 그린다. 최일화 외에 김갑수·박광태·권범택·김명국 등이 출연했다.
최일화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A 씨는 26일 언론 인터뷰에서 “25년 전이다. 당시 나는 대학을 갓 졸업한 24살 연극배우 지망생이었다”며 “‘애니깽’이라는 작품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후 (최일화가) 발성 연습을 하자며 새벽에 불러냈다. 새벽에 산 속에서 발성 연습을 일주일 가량했다. 일주일 쯤 지났을 때 술을 마시자고 해서 술자리를 가졌다. 그 자리에서 나에게 연기를 못한다면서 온갖 지적을 했다. 연기 지적이 계속되던 중 갑자기 강압적으로 성폭행을 당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최일화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연극배우 지망생인 A 씨에게 연습을 강요했고, 이 과정에서 성폭력이 발생했다는 것.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성폭력은 철저하게 권력형 범죄”라면서 “특정한 단체의 대표로 활동을 했거나, 교육 권력으로 작용을 했을 수 있다. 그분들의 얘기를 따르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 등용문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는 자신의 권력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그런 범죄들을 저지를 수 있었다고 본다”면서 “그래서 문화예술계가 피해자가 특히 많은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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