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책 한 권이 당도했다. ‘악당 7년’이라는 도발적 제목의 이 책은 배우 김의성의 이야기다. 인터뷰 전문가 지승호가 묻고 김의성이 답한, 아무런 설명 없이 오직 문답으로 채워진 322쪽의 인터뷰집이다.
순간 든 의문 하나. 김의성 인터뷰로만 채웠다니, 그 정도로 할 이야기가 많은 사람인가. 이어진 두 번째 의문. 얼마나 솔직하게 털어놨을까.
기자라는 직업 자체가 인터뷰와는 뗄 수 없는지라 일주일이면 보통 한두 명의 인물을 만나 인터뷰를 하곤 한다. 보통 주어진 시간은 한 시간 남짓. 그 사람을 소개할 수 있는 분량은 (매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보통 원고지 10매에서 15매 사이다. 누군가를 소개하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누군가를 알리기엔 상당한 분량일 때도 있다.
어쨌든 호기심에 첫 장을 열었다. 나의 ‘의문’을 예상했는지 김의성이 직접 쓴 ‘대답’이 적혀 있다.
“소위 실패한 내 인생 역정과 현재 느끼는 행복감 사이의 기묘한 괴리가 어쩌면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고, 그 이야기를 읽는 사람들이 위로를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달간 진행한 인터뷰를 한데 엮은 이 책은, 좀처럼 책장을 덮을 수 없는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했다.
오랜 베트남 생활을 접고 돌아와 다시 연기를 하는 최근 상황을 이야기할 때 김의성은 ‘귀여운 친구’ 같았고, 베트남에서 드라마를 제작하며 성공과 실패를 맛본 처절한 경험을 꺼낼 땐 ‘날카로운 사업가’ 같았으며, 고교시절 나이트클럽 다니다 막판 1년간 공부해 서울대 경영학과에 철썩 합격한 이야기에선 ‘은근히 잘난척하는 아재’ 같았다.
유년기 아버지 친구의 자녀들부터 사촌형제까지 모여 ‘애들끼리’ 살았고, 대학생 때 돌연 가출해 부산에서 공장을 다니기도 했으며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부인과 이혼을 결심한 이야기까지. 그의 삶은 어느 것 하나 평범하지 않아 보였다.
거두절미, 단순하게 표현하면 ‘정말, 이상한 사람’이다. 앗! 그런데 김의성이 원하는 삶, 그게 바로 ‘이상한 사람’이란다. 그는 책에서 “훗날, 끝까지 이상함을 유지하는 배우였다는 평을 받는다면 되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