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나 미션도 없고, 멤버끼리 경쟁하거나 배신하는 설정도 없다. 유명 연예인들의 ‘예능감’을 쥐어짜도 모자랄 판에 그냥 놔둔다. 달리는 차 안 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은 여행을 떠나는 여느 평범한 시민들과 비슷해 특별할 것도 없다. 그런데 볼수록 눈을 뗄 수 없다. 묘하게 빠져드는 매력. 이 프로그램, 대체 정체가 뭘까?
채널A의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 ‘우주를 줄게’가 21일 오후 11시 첫 방송한다. 도심에선 보기 힘든 별빛 가득한 까만 밤하늘을 고스란히 담아낸다는 컨셉트다. 개그맨 유세윤과 가수 휘성, 슈퍼주니어 예성, 멜로망스 김민석, 카더가든, 하이라이트 손동운이 별을 찾아 나서는 멤버. 유세윤도 그룹 ‘유브이(UV)’로 활동하고 있으니 모든 출연자가 가수인 셈이다.
당황하는 표정이나 ‘몸 개그’를 놓칠 새라 빠른 편집에 심혈을 기울이는 여타 예능과 달리 ‘우주를 줄게’는 헬리캠과 거치 카메라가 출연자들을 천천히 지그시 굽어본다. 인위적인 자막이나 효과음도 최소화했다. 예능에선 보기 힘들던 ‘롱테이크’(하나의 장면을 끊지 않고 길게 촬영)도 많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마주한 기분이다.
연출을 맡은 이성규 PD는 “한 번이라도 더 웃게 만들려고 쓰는 편집 기술이 강압적으로 느껴져 어느 순간 탈피하고 싶단 생각을 했다”며 “시청자들이 자연스러운 화면으로 행복, 슬픔, 안정감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길 바란다. 많은 생각을 하면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화면이 변화가 적고 정적인 덕분에 흙바닥을 걷는 발자국 소리, 바람 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 마치 ASMR(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반응) 같다. 첫 여행지인 경북 안동호를 찾아가는 길에 나타난 겨울 전경은 노르웨이 국영 방송에서 방영해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던 ‘슬로우 티비’가 떠오를 정도다.
뭣보다 이 프로그램의 백미는 단연 ‘별’이다. 초고감도 영상카메라가 담은 밤하늘엔 바닷가 모래알처럼 별들이 흩뿌려져 있다. 이런 경외적인 모습을 한국 하늘에서도 담을 수 있다니. 바닥에 누운 출연자들은 차디찬 날씨에도 연신 경탄하며 입을 다물지 못한다.
‘슈퍼스타K’ 등 유명 음악프로그램을 연출했던 이 PD가 선장을 맡은 덕분에 근사한 ‘귀 호강’도 기대할 만하다. 국내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의 실황 공연을 ‘V라이브’로도 중계한다. 출연자들이 직접 별과 함께 듣기 좋은 노래를 추천하고, 시청자들에게 신청곡도 받을 예정. 웬만한 공연장이 부럽지 않은 ‘별밤 콘서트’가 펼쳐진다.
‘우주를 줄게’ 인스타그램 공식계정(@2018space)에서는 출연자들이 수시로 찍어 올리는 현장 사진과 동영상도 볼 수 있다. 제작진은 “친환경 자동차를 타고 많은 준비 없이 무공해로 이뤄지는 예능을 기획했다”며 “미세먼지와 황사 등 오염에 민감한 시대, 본격 자연 예능이 전하는 힐링을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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