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0주년 인터뷰] 하니·JR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멤버들 떠올리며 버텼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3월 21일 06시 57분


그룹 EXID 하니(왼쪽)와 뉴이스트 JR은 데뷔 초 부진을 이겨내고 멋지게 일어섰다. ‘역주행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이들은 “세상에 안 되는 건 없다. 자책하지 말고 자신을 믿었으면 좋겠다”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그룹 EXID 하니(왼쪽)와 뉴이스트 JR은 데뷔 초 부진을 이겨내고 멋지게 일어섰다. ‘역주행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이들은 “세상에 안 되는 건 없다. 자책하지 말고 자신을 믿었으면 좋겠다”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① 역주행 아이콘 ‘EXID’ 하니 & ‘뉴이스트’ JR

EXID 하니
역주행 순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해
‘아예’로 1위 했을 땐 눈물이 펑펑
매 순간 최선 다한 게 좋은 평가로
조급해하지 말고 자신을 믿으세요

뉴이스트 JR
마지막이라 생각한 ‘프듀’서 기적
‘있다면’ 2위에 나도 모르게 눈물
열심히 하면 언젠가 기회 찾아와
안 된다는 생각만은 하지 마시길

스포츠동아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21일부터 사흘간 ‘연예 스타들의 희망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온갖 시련과 역경을 딛고 마침내 빛을 본 스타들의 진심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첫 주자로 ‘역주행의 아이콘’ EXID의 하니와 뉴이스트가 희망을 전하고, 영화계의 ‘신스틸러’로 떠오른 진선규와 이제 첫발을 내딛는 신인 걸그룹 유니티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드립니다.

EXID와 뉴이스트. 이들을 ‘역주행의 아이콘’이라 부른다. 2012년 나란히 데뷔해 뒤늦게 ‘대박’을 터트린 주인공들이다. 기회가 찾아오지 않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지만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그 순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제는 이들 앞에는 시들지 않는 ‘꽃길’이 탄탄하게 펼쳐지고 있다.

-당시 순간을 기억하나.

하니 = “물론! 아마 그 순간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거다. 2014년 8월27일 ‘위아래’를 발표하고 열심히 활동중이었는데 반응이 그다지 없었다. 불러주는 곳도 많이 없어 지방축제는 다 다녔던 것 같다. 군부대도 많이 찾아다녔다. 그때 한 부대에서 공연하는 모습이 ‘직캠’(팬이 직접 찍은 영상)으로 만들어져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갑자기 ‘위아래’라는 노래까지 조명받더니 음원차트에 재진입했다.”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하니는 마치 어제 겪은 일인 듯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위아래’는 역주행 끝에 결국 음원차트 1위까지 올라갔다. 때는 12월24일. 하니는 “크리스마스이브여서 날짜를 잊으려야 잊을 수도 없다”는 그날을 생생하게 돌이켰다.

하니의 ‘환희의 순간’을 옆에서 생생하게 듣던 JR은 만감이 교차하는듯 묘한 미소를 지었다. 당시 EXID에게 일어났던 일을 기억하고 있다면서 뉴이스트에게도 찾아온 ‘기적의 순간’을 떠올렸다.

JR = “바로 작년이다. 6월17일! 과거 발표한 우리 노래가 한 음원차트에서 1위부터 13위까지 휩쓸었다. 계기는 단 하나. 지난해 방송한 엠넷 오디션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2 출연이었다. 방송 당시 많은 분들의 응원을 느꼈지만, 끝난 후에도 더 많은 관심을 보여주시더라. 그러다 뉴이스트 노래가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믿을 수 없었다. ‘프로듀스 101’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나간 거였다. 연습생 위주로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룰을 어기는 것 같았지만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생각에 출연하게 됐다. 오랫동안 활동했는데도 결과가 좋지 않으니 멤버들끼리 그룹이름까지 ‘다 내려놓자’고 생각했다.”

먼저 역주행을 맛본 하니는 뒤늦게 ‘터진’ 뉴이스트의 행복을 제 일처럼 기뻤다고 했다.

하니 = “데뷔 동기이고 활동시기도 겹쳤던 터라 관심 있게 지켜봤다. 어느 날 스케줄을 위해 이동하던 차 안에서 뉴이스트 노래를 들었는데, 더 많은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웠다. 어느 날 ‘프로듀스 101’에 나간 것을 봤고, 남 일 같지 않았다. 우리가 겪어봤으니 얼마나 힘든지는 안다.”

EXID 하니(왼쪽)-뉴이스트 JR.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ID 하니(왼쪽)-뉴이스트 JR.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두 팀에게 역주행이 없었다면 지금의 행복도 없었을까.

하니 = “아마도! 그 전까지 여러 번 음반을 냈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멤버들끼리 ‘즐겁게 활동했으면 됐어’ ‘최선을 다했으니 만족해’라는 자기최면 같은 말로 서로 위로했다.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고 2년의 공백이 생겼다. 이후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준비한 게 ‘위아래’였다. 파도 앞에서 모래성을 쌓는 기분이었다. 멤버들끼리 의상, 곡, 음반 콘셉트 등을 PPT로 만들어 준비해 회사를 설득했다. 사람이 죽으라는 법이 없다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하니 기회가 찾아온 거다. 2년이라는 암흑과도 같은 시간 동안 많이 힘들었지만 그 시간이 없었다면 멤버들과의 끈끈함도 없었을 것이다. 가장 많이 웃었고, 가장 크게 웃었던 시간들이었다.”

JR = “돌이켜보면 앨범을 신경 써서 잘 만든 게 좋은 효과를 만들어낸 것 같다. 성과가 곧바로 나오지 않아 마음을 졸이고 힘들었지만 뒤늦게라도 찾아볼 영상과 노래가 있었으니 이런 행복을 맛보는 거 아닐까.”

-팬들의 반응이 달라졌다고 체감한 순간은.

하니 = “차트 1위의 순간은 믿어지지 않았다. 당시 휴대전화 메신저 프로필이 ‘일희일비하지 말자’였다.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해도 너무 좋아하면 그 뒤 찾아올 상실감과 공허함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위아래’ 이후 발표한 ‘아예’로 1위를 했을 땐 진짜 ‘펑펑’ 울었다. ‘위아래’로 각종 상을 휩쓸어도 무대에서 운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JR = “‘프로듀스 101’ 끝나고 이제 뭘 해야 될까 생각했다. 감사하게도 방송을 통해 일어난 관심이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 발표한 디지털 싱글 ‘있다면’이 발표 직후 2위를 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 그 감정이 뭐였는지는 모르겠다. 눈물이 흐르는 짧은 1분 동안 그동안 겪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역주행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성공했다면.

하니 =
“솔지 언니가 2015년 MBC ‘복면가왕’에 출연했다. ‘초대가왕’으로 활약하면서 EXID가 실력까지 갖춘 그룹이라는 인식이 많아졌다. (솔지)언니 덕분에 EXID라는 그룹을 알리지 않았을까?”

JR = “팀워크를 무시할 수 없다. 좋은 분위기에서 좋은 무대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뉴이스트 다섯 명은 연습생 시절부터 9년을 함께 살았다. 친구이면서 가족이다. 우리들의 끈끈함도 컸고 매순간 열심히 하자고 북돋아줬다.”

팀워크가 좋기로는 EXID도 빼놓을 수 없다. 하니는 “연예계 시스템으로만 볼 때 가족처럼 끈끈한 팀워크가 나오기 힘든 현실이다. 기회는 한정적인데 한 그룹 안에서도 그 기회를 나눠가져야 한다. 가족 같은 사람끼리 경쟁하다보니 분열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걸그룹 EXID(위쪽)-그룹 뉴이스트. 사진제공|바나나컬쳐엔터테인먼트·플레디스
걸그룹 EXID(위쪽)-그룹 뉴이스트. 사진제공|바나나컬쳐엔터테인먼트·플레디스

-멤버들과 싸우거나 오해가 생기면 어떤 방법으로 푸나.

JR = “먹는 것, 자는 것, 그런 사소한 거로 싸운다. 철칙은 꼭 그날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니 = “속마음을 표현하지 않는 게 제일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팀 생활을 하면서 절대 그것만은 하지 말아야겠더라. 조금이라도 기분이 나쁘거나 찝찝한 일이 있다면 그걸 꼭 표현하자고 멤버들끼리 말했다. 오해라는 게 제일 무서운 거다. 어떤 관계든 오랫동안 지속되려면 속마음을 감추지 말고 다 풀어야 한다.”

-힘든 순간이 많았는데.

하니 = “부모님께 너무 죄송했다. 독립은 했는데 수입이나 성과가 없으니 면목이 없었다. 온 가족이 다 모이는 명절이 무서웠다. ‘언제 TV에 나오냐’는 친척들의 물음에 부모님이 저를 대신해 변명하는 걸 보니 마음이 아팠다. 내가 힘든 건 괜찮은데, 부모님까지 속상하게 하면서 이 일을 하는 게 맞는 건가, 내 길이 아닌가 고민했다.”

JR = “어머니가 수술대에 오른 적이 있었다. 하필 수술하는 날에 해외공연이 잡혀 있었다. 열 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데 아들이 어머니 곁을 지킬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가는 내내 기분이 이상했다. 공연은 이미 정해져 있던 거라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건 더 싫었다.”

-힘들고 포기하고 순간은 어떤 생각을 하며 버텼나.

하니 = “멤버들! 저희들끼리는 암묵적으로 힘든 일이 생기면 힘든 것에 대해 일부러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부정적인 생각이 멤버들에게 전염병처럼 옮길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저랑 똑같은 일을 겪고 있는 사람이 4명이나 옆에 있다는 거 자체가 힘이 되더라. 고민을 나누고 그걸 함께 해결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견딜 수 있었다.”

JR = “멤버들이 가장 크다. 또 하나는 취미 생활이다. 게임도 하고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좋지 않은 일들을 잊어버리고 몰두하게 된다.”

-대중이 EXID나 뉴이스트에게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무엇일까.

JR = “열심히 하면 누군가 알아봐주고 언젠가 기회가 온다는 사실에 많이 공감한 것 같다.”

하니 = “우리가 빛을 보지 못한 시간에도 항상 열심히 했고, 매 순간 최선을 다했던 것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다. 작은 것이라고해도 포기하지 않고 했다는 게 포인트다.”

뉴이스트 JR(왼쪽)-EXID 하니.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뉴이스트 JR(왼쪽)-EXID 하니.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두 팀처럼 실력과 노력에 비해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팀이 많다.

하니 = “데뷔하는 대부분의 팀이 그렇지 않을까. 꿈을 이루기 위해 ‘피땀’을 흘리며 데뷔하는 거다. 그 안에서 주목받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JR = “우리처럼 어렸을 때부터 연습생활을 거치고 데뷔한 그룹이 많다. 그들은 모두 학교생활이 없다. 학창시절을 포기하고 그 시간을 투자해서 데뷔한 건데 노력한 시간만큼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들에게 ‘선배’로서 한마디 해준다면.

JR = “구태의연한 말인 것 같지만 매 순간 최선을 다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자부심을 가져라. 우리도 온갖 역경과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다. 누구나 힘든 시기는 찾아온다.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함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안 된다는 생각만 하지 마라.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

하니 = “공감한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면 사실 지친다. 노력의 대가가 곧바로 눈앞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조급해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 일을 하면서 느낀 게, 어떤 상황이 와도 계속해서 시련은 온다는 거다. 큰 산을 하나 넘으면 또 산이 있다. 그럴 때마다 자신을 믿고 가능성을 믿어라. 왜 안 되느냐고 자책하지 마라. 세상에 안 되는 게 어디 있겠나. 우릴 봐라. 우리도 됐다. 자책을 하기 쉬운데, 자신을 믿고 갔으면 좋겠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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