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멀티엔터테이너 김창완, 그가 말하는 리더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5일 11시 01분


사진=원대연 기자
사진=원대연 기자

최근 만난 ‘산울림’ 김창완 씨(64)는 환갑이 넘었어도 동안(童顔)이었다. 흰 머리와 눈가의 주름이 세월을 말해줄 뿐 특유의 미소는 여전히 해맑았다.

‘리더에게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김창완 식 답변은 ‘추상적’이었다. 요즘 리더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질문에 ‘회자정리(會者定離)’라고만 했다. 권력을 잡고 놓는 것을 모두 거스를 수 없는 이치 아니겠냐는 뜻으로 들렸을 뿐이다.

인터뷰를 한 뒤여도 그는 여러차례 리더에 대한 생각을 문자 메시지로 보내왔다. 고민의 흔적이 역력했다. 그 내용을 그대로 소개한다.

“요즘 참 괴롭습니다. 어딜 가나 무엇을 하나 ’리더‘라는 단어가 떠나질 않습니다. 그 동안 그것에 대한 질문을 해오지 않았기 때문이죠. 리더와 책임과는 어떤 연관이 있어 보이는데 사회가 발달할수록 책임은 분산되는 것 같습니다. 혹시 리더는 유한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무한책임을 위임받거나 그 책임을 기꺼이 지려는 사람 아닐까요? 자천타천으로 리더가 되지만 그러나 책임의 소재만으로 리더가 된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아주 낮은 단계의 결정도 있으니까요. 책임이 지향하는 일종의 벡터와 같은 방향성 같은 개념이 필요한데 그걸 윤리와 결합해서 생각하면 윤리적 책임 또는 도덕적 책임이 됩니다. 결국 리더는 그 시대의 도덕적 표상 아닐까요.”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선문답이었다. 며칠 뒤 또 다른 문자 한통.

“저는 소중한 리더의 덕목으로 ’삶의 향기‘를 꼽겠습니다. 은은히 퍼지는 향기야말로 위대한 설득이며 감동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거대한 디지털문명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삶의 향기‘는 일종의 비상구며 리더는 탈출구의 안내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한 번 더 전해 온 짧은 문자. “백만 명의 어설픈 지지를 받는 것보다 단 한 명의 완벽한 지지를 받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일 겁니다.”

사진=원대연 기자
사진=원대연 기자

그는 록 뮤지션이자 방송인으로 타인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간다. 다만 하나뿐인 아들에겐 그렇지 못했다고 고백했다.(반면 그의 매니저 얘기는 달랐다. “정말 다정다감한 아버지”라고 귀띔했다.)

“올해 서른아홉 살 된 아들과 가능한 눈을 마주치고 대화하려 애쓰긴 하는데…. 돌이켜보면 함께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얘기를 한 것 같아요. 결국 내가 나를 내려놓아야 소통이 된다는 걸 깨달았죠.”

김 씨는 대화 도중 휴대폰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리곤 “문명의 이기(利器)가 오히려 소통을 막는 것 같다”고 했다. 휴대폰으로 통화하고 소셜미디어에 나의 근황을 올리는 건 편리하다. 누군가 ‘좋아요’를 누르면 친구가 된 것처럼 느낀다. 하지만 그건 소통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일 뿐, 실제로는 요즘 사람들이 더 외로워지고 있다는 거였다.

그는 최근 ‘김창완의 음악’을 다시 듣고 있다고 했다. 녹음실에서 음반을 제작하듯 헤드폰을 낀 채 자신이 불렀던 노래를 다시 부른다는 거였다. ‘김창완이 또 다른 김창완에게 다시 불러주는 노래’인 셈이다.

“그 동안 노래를 관성적으로 부르지 않았나 싶어요. 타인에게 내 음악을 들려주려고만 했던 건 아닌지 돌아봤죠. 내 노래를 내가 부르고 다시 들어보니 비로소 내가 어떤 노래를 불러야할지를 알겠더군요. 자신의 소리부터 깊이 들을 줄 알아야 함을 깨달았죠.”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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