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리의 사사로운 이야기] ‘삼순이’서 ‘사순이’로…세월 흘러도 역시 김선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4월 2일 06시 57분


연기자 김선아가 연기한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삼순(왼쪽)과 SBS 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의 안순진. 사진제공|MBC ‘내 이름은 김삼순’·SM C&C
연기자 김선아가 연기한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삼순(왼쪽)과 SBS 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의 안순진. 사진제공|MBC ‘내 이름은 김삼순’·SM C&C
얼마 전 친구들 모임에서 불현듯 드라마 한 편이 화제에 올랐다. 김선아가 나오는 ‘키스 먼저 할까요’다. 너도나도 감상평을 쏟아내는 가운데 영화 일을 하는 친구가 불쑥 꺼낸 한 마디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삼순이가 그대로 나이 들었다면 지금쯤 안순진이 됐을 것 같지 않아? 그런 면에서 안순진은 ‘사순이’라고 불러도 되지. 40대가 된 삼순이니까.”

이름 정리부터 하자면 삼순이는 2005년 방송한 MBC ‘내 이름은 김삼순’의 주인공. 친구들끼리 ‘사순이’라는 별칭을 붙인 안순진은 방송중인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의 주인공 이름이다. 둘 다 김선아가 연기한다.

한때 ‘삼순이’는 드라마 캐릭터의 이름에 머물지 않고 사랑과 자아를 찾아가는 30대 여성을 지칭하는 대명사처럼 통했다. 방송한지 햇수로 13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열혈 팬이 많고, 잊힐만하면 한 번씩 전편을 몰아본다는 팬이 지금도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일에서도, 사랑에서도 순탄하지 않았던 삼순이처럼, 안순진의 삶도 평탄하지만은 않다. 아이를 잃었고 남편과도 헤어졌다. 안순진에 비하면 삼순이의 위기는 귀여운 수준. 그런 두 사람은 삶이 마음대로 흐르지 않는다는 경험을 통해 인생의 ‘쓴맛’을 봤고, 적당히 상처도 안고 있다. 그렇다고 우울하지 않다. 유머는 이들의 공통점. 여러 위기 가운데서도 ‘훈훈한’ 남자와의 로맨스에도 어느 정도 성공한다. 비슷한 세대 여성들의 부러움이 폭발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물론 삼순이와 안순진의 사랑은 조금 다른 모습이다. 그렇지만 비슷한 나이대 여성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다는 점은 같다. 삼순이가 이제 막 30대에 접어들었거나 혹은 30대 진입을 앞둔 싱글 여성에게 ‘현실 사랑’을 일깨웠다면, 안순진은 사랑이 언제나 행복한 미소를 띠고 다가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각인시킨다. 이래도 저래도 여자 마음 확실히 알아준다.

30대 때 삼순이를 연기한 배우 김선아도 안순진처럼 이제 40대가 됐다. 한 명의 배우가 13년이란 시간의 흐름을 겪으면서 자신의 대표 캐릭터의 나이 듦을 그려내고 있다. 흔히 보기 어려운, 배우라고 해도 누구나 겪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자 행운이다.

삼순이와 안순진 그리고 ‘사순이’로 이어진 그날 친구들 모임에서 벌인 열띤 대화의 결말은 결국 “내 이름은 김삼순을 한 번 더 봐야겠다”로 모아졌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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