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박지헌] “6남매를 어떻게?…절절하게 연애하듯 키워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4월 13일 06시 57분


박지헌(가운데)은 ‘다둥이 아빠’로 살면서 삶이 팍팍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뜨거운 연애를 할 때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듯, “아이와 뜨거운 사랑을 하고 있어 세상이 아름답고, 하루 종일 기쁘고, 매일 설렘을 느낀다”고 했다. 사진은 여섯째를 낳기 전 촬영한 박지헌의 가족사진이다. 사진제공|베이비뉴스
박지헌(가운데)은 ‘다둥이 아빠’로 살면서 삶이 팍팍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뜨거운 연애를 할 때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듯, “아이와 뜨거운 사랑을 하고 있어 세상이 아름답고, 하루 종일 기쁘고, 매일 설렘을 느낀다”고 했다. 사진은 여섯째를 낳기 전 촬영한 박지헌의 가족사진이다. 사진제공|베이비뉴스
■ ‘줌마들의 대세남’ V.O.S 박지헌의 육아일기

한 달 식비 400만원…생활비는 1000만원
부모님 보험 외엔 ‘애들한테 다 쓰자’ 원칙
그래서 날마다 열심히 뜁니다 하하!

채널A ‘아빠본색’ 출연 후 살림살이 나아져
해외 아동과 결연…매달 양육비도 보내요

가장 힘든 것? 힘들지 않냐며 보는 시선들
우리가족은 ‘매일 열애중’입니다!


그룹 V.O.S의 박지헌(40)은 아이가 여섯이다. 그는 1월 채널A ‘아빠본색’에서 “한 달 교육비 200만원, 식비 400만원, 관리비 55만원, 차량 유지비와 의상, 용돈 등을 합쳐 한 달 생활비가 총 955만원”이라고 했다. 2월 여섯째를 얻었으니 그 비용은 늘어날 것이다.

이런 박지헌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크게 두 가지. “대단하다” 혹은 “대책 없다”. 그는 대책 없는 사람일까, 저출산 시대에 새 길을 비추는 등불일까. 박지헌을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무엇인가.

“‘힘들지 않느냐’다. 엘리베이터에서, 놀이터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그렇게 묻는다. 그 질문이 사람을 힘들게 만든다. 육남매 키우기가 쉬운 건 아니지만, 나는 아이들에 빠져서, 마음이 절절해서 날 새우곤 하는데, 사람들은 날 새우는 것만 본다. 뜨거운 연애를 할 때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듯, 나는 아이와 뜨거운 사랑을 하고 있어 세상이 아름답다. 지나가는 아이만 봐도 눈물이 난다. 하루 종일 기쁘고, 모든 게 감사하다. 매일 설렘을 느끼며 살고 있다.”

-그래도 육아비용이 막대하다.


“월 식비 400만원에 대한 말들이 좀 있었다. 아이들이 홈스쿨링을 하는데, 밥을 차리고 먹이고 치우는 데 하루를 다 보낸다. 그 시간을 아끼자는 생각에, 배달반찬을 먹고, 집에선 밥만 한다. 우리 케이스를 일반화하면 안 된다. 부모님 노후대비 보험·적금 외, 모든 돈을 아이들한테 다 쓴다. 돈이 그만큼 들어서 그렇게 쓰는 게 아니라, ‘돈은 아이들한테 다 쓰자’고 해서 쓰다 보면 그 정도 되는 것이다.”

V.O.S 박지헌. 사진제공|박지헌
V.O.S 박지헌. 사진제공|박지헌

-한 달에 1000만원씩 조달하기 쉽지 않을 텐데.

“그래서 열심히 번다. V.O.S 활동도 있고, 강연이 좀 많다. 가정, 부부, 육아에 관한 내용으로, 월 4,5회 정도는 한다.”

-강연의 주제는 무엇인가.

“엄마의 자존감이다. 사회적 지위가 높아질수록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처럼, ‘나에게 가정이 있기 때문에 자존감 높은 삶이 된다’는 걸 가르쳐준다. 우리 어머니들이 그걸 알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들 때문에 잊고 산다. 강의를 하다보면 엄마들의 자존감이 떨어져 있다. 자기가 얼마나 귀한 사람인줄 모른다. 그걸 알려주면 눈물을 흘리신다.”

-‘아빠본색’ 출연으로 살림살이도 좋아졌나.

“일이 더 많아졌다. 엄청 감사하고 있다. 원래 돈을 모아두는 스타일이 아닌데, 돈이 모이다보니,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가 해외 어려운 아동들과 결연을 맺어 매달 양육비를 보내고 있다. 돈이 늘어날수록 그 수를 차츰 늘려가고 있다.”

-홈스쿨링을 하게 된 배경은.


“공교육에 대한 문제점이 많이 제기되고 있어 고민을 해봤다. 우월한 교육, 최고의 교육이 따로 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다만 부모가 더 절절하게 연애하듯이 함께하는 교육은 여러모로 좋다고 생각했다. 아이들 사춘기 전까지 아빠, 엄마의 사랑으로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주변에 홈스쿨링을 추천하지는 않는다. 각자 여건과 처지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

-아이 교육의 철학이 있다면.


“우리 집에선 ‘교육’이란 단어를 쓰지 않는다. ‘알아감’으로 쓴다. 단어를 바꾸면 문화가 바뀐다. ‘폐경’이 아니라 ‘완성했다’는 의미로 ‘완경’으로 쓰면 의미가 달라진다. 교육은 스트레스를 주는 단어지만, 알아가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V.O.S 박지헌 가족. 사진제공|베이비뉴스
V.O.S 박지헌 가족. 사진제공|베이비뉴스

● 가족의 소중함, 다둥이 계획은 그렇게 시작됐다

박지헌 부부는 애초엔 다둥이 계획이 없었다. 심지어 아이를 그리 좋아하지도 않았다. 세상의 험한 풍파 속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하나하나 낳을 때마다 ‘옳은 일’이란 걸 느끼면서 ‘하나 더 낳자’는 생각이 실천으로 옮겨졌다. 박지헌은 “우리가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쏟아부을 기쁨이 하나씩 더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2004년 V.O.S로 데뷔한 박지헌은 가수 활동중 당구장, 라이브카페, 노래방 등을 운영했다가 모두 “말아먹고”, 2010년 팀을 떠나 대전으로 낙향했다. 그때는 아이가 둘이었다.

“대전에서는 일이 없어 가족들과 온전히 시간을 보냈다. 가정에 충실하게 되고,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내 인생의 우선순위가 매겨졌다. 일을 다시 열심히 할 수 있는 명분도 얻었다. 백수생활로 빚은 늘었지만, 깨달음은 컸다. 아무 일 없던 시절이 결국 내겐 축복의 시간이었다.”

“가족을 위해 몸 바쳐 살아야겠다”고 다짐한 박지헌은 경차부터 한 대 뽑았다. 무대를 가리지 않고 전국을 돌며 ‘행사’를 뛰었다.

“1년에 7,8만km쯤 탔다. 그렇게 2년 반을 했더니, 생활비로 빌려 쓴 돈도 갚았고, 다시 시작하자는 각오가 생겼다.” 박지헌이 다시 상경할 때 아이는 셋이 됐다.

3년쯤 솔로로 활동하다 전 소속사 관계자 제안에 7년 만에 V.O.S를 재결성했다. 그 사이 아이는 둘이 더 늘어 다섯이 됐고, 올해 여섯째를 낳았다. 첫째 아이는 2006년생이고, 막내는 2018년생, 띠동갑이다. 그 사이 아이들은 2,3살 터울. 3남3녀로 성비(性比)도 완벽하다.

“다섯을 낳는다고 5배 힘든 게 아니다. 2,3명일 때 힘들다가 6명이 되어도 그 힘듦은 비슷한 수준이다. 큰 아이들이 주는 기쁨은 ‘갓난아이 키우는 힘듦’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

올해 2월2일 태어난 여섯째 딸과 함께한 박지헌 부부. 사진출처|박지헌 인스타그램
올해 2월2일 태어난 여섯째 딸과 함께한 박지헌 부부. 사진출처|박지헌 인스타그램

● 대책 없는 사람? 다둥이들에 용기와 희망!

박지헌 집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의 80평 아파트다. 방은 4개이고, 남자아이들끼리 한 방을 쓰고, 딸아이들은 안방에서 함께 잔다. 나머지는 공부방으로 쓴다. 차량은 11인승 승합차다.

“가족여행은, 누가 1주일간 먹여주고 재워준다고 해도 안 간다. 모두가 힘들어서다. 아이들은 여행을 가도 ‘집에 가서 놀자’고 한다.”

-육아가 ‘신의 경지’에 올랐겠다.

“그저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고 행복한 사람일 뿐이다. ‘그 어려운 걸(육아) 해내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와 연애하는듯 시간을 보낼 뿐이다. 하하.”

-누군가에게 용기와 희망이 된 사례가 있다면.

“얼마 전 해외에서 메일이 한 통 왔다. 다둥이에 홈스쿨링을 하는 가족이었다. 이들은 사람들의 오해가 힘들어서 이민을 떠났다고 했다. 그리고 ‘아직도 우리를 불쌍하게 보는 사람이 있는데, 당신이 그런 시선을 해소시켜줬다, 잘 보여줘서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그래도 대책 없는 사람이란 시선이 여전할 텐데.

“그 오해가 싫어서 방송(‘아빠본색’)을 시작했다. 방송 전에는 ‘학대 아니냐’ ‘방임 아니냐’는 오해의 시선이 있었다. 홈스쿨링을 두고도 ‘학교를 왜 안 보내느냐’는 세간의 ‘공격’이 엄청났다. 다둥이 부모가 아이들에게 편하게 옷을 입히면 ‘아이들한테 소홀히 한다’는 오해를 받기 쉽다. 우리가 어떻게 사는지 모르니까, 사람들은 아무렇게나 생각한다. 아내 의사에 반해 임신을 시킨다는 오해도 있다. 끊임없는 오해와 불편한 시선들이다. 방송 이후 오해가 좀 풀렸다.”

-여섯 번 출산한 아내가 고생이 많았겠다.

“사실 다둥이는 아내가 주도한 일이다. 처음엔 나도, 어머니도, 장모님도 모두 말렸지만, 아내가 다둥이를 원했다. 다둥이 육아가 불구덩이인줄 알았는데, 엄청난 행복한 삶을 선물해줬다.”

-출산장려에 나선 정부 당국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선진국들은 아이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양육비를 지급한다. 우리나라는 아이가 태어날 때 일정금액을 일시불로 준다. 모든 다둥이 가족의 바람은 양육비 지급이다.”

그룹 V.O.S. 사진제공|V.O.S
그룹 V.O.S. 사진제공|V.O.S

● 펜팔로 만난 아내, 데뷔하며 숨겨야 했던 존재

박지헌 부부의 인연은 중학교 때 문방구 아저씨가 주선한 펜팔로 시작됐다. 남중, 여중이 인접한 골목에서 문방구를 운영하던 아저씨가 영업목적으로 벌인 이벤트였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중학교 2학년 가을, 대전공설운동장 앞 공원이었다. 아내는 “하이웨스트 청바지차림”이었고, 박지헌은 체크 남방에 커다란 안경을 썼다. 세련된 그녀와 패션감각 없는 남자의 만남이었다.

“아내 첫인상이 너무 예뻤다. 알고 봤더니 주변에 인기가 많은 친구였다. 편지나 선물 주는 친구들 많았는데, 당시 힘 꽤나 쓰는 애들, 노는 아이들이 좋아해서, 내가 좀 힘들었다. 그 아이들한테 곤욕을 당할까봐 비밀리에 만났다. 하하.”

-그런 아내가 왜 박지헌을 만났을까.

“그게 불가사의다. 사실 난 루저였고 키도 작고, 볼품이 없었다.”

-그래도 어필하는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그땐 나의 노래였을 것이다. 윤종신의 ‘텅빈 거리에서’를 잘 불렀다. 당시 검은 봉지에 동전을 가득 바꿔서 공중전화로 아내와 장시간 통화하던 기억이 있다. 아내가 훗날 그랬다. 내 가족의 화목함이 좋았다고.”

박지헌은 군 제대 후 아내와 혼인신고를 했다. 2004년 V.O.S 데뷔할 때는 그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 아니 숨겨야 했다. 기혼자가 있는 신인그룹을 좋아해줄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고, 다른 멤버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박지헌은 2014년 뒤늦은 결혼식을 올렸다.

V.O.S 박지헌 가족. 사진제공|베이비뉴스
V.O.S 박지헌 가족. 사진제공|베이비뉴스

-묻지 않을 수 없다. 일곱째도 계획중인가.

“아내가 여섯째를 낳은 후 처음으로 ‘그만 낳고 싶다’는 말을 했다. 아내가 우리 집안 대장인데, 대장 명령을 따라야 하지 않겠나.”

-먼 훗날 꿈꾸는 바가 있다면.


“자꾸 바뀌고 있긴 한데, 행복한 미래를 위해 건강해야 한다. 아이들이 다 자랐을 때 내가 누려야할 게 있는데 못 누릴까봐, 건강해야 한다. 목표는 건강하게 사는 것이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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