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좋아해 선수가 되고 싶었던 소년은 상처투성이로 집에 돌아오는 일이 많았다. 엄마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운동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아들을 설득했다. “야구 글러브를 사줄 테니 연기학원에 다니라”는 말과 함께.
소년은 글러브를 받을 생각에 엄마 손에 이끌려 학원에 갔다. 하지만 연기의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랬던 소년은 지금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다. SBS 드라마 ‘리턴’으로 인상을 남긴 김동영(30)이다.
김동영은 “하고 싶어서 했다면 못 했을 것이다. 별 생각 없이 시작했는데 운 좋게 잘됐다. 지금 생각해보니 기회였다. 사실 어릴 때부터 시작해 꿈을 꿀 시간이 없었다. 가라테도 잘해 대회에 나갈 뻔했는데, 연기자가 되지 않았다면 어딘가에서 도장을 운영하고 있지 않았을까”라며 웃는다.
김동영이 말하는 기회는 운명처럼 다가왔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2년간 학원을 다니고 수료증을 받았다. “숫기가 없는” 성격 탓에 남 앞에 서는 게 “부끄러워” 연기에 대해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학업에서 벗어나 잠시 다른 것을 즐겼다는 경험 정도로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중학교 진학 후 연기학원에 다닐 당시 알고 지낸 감독의 권유에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에 출연하게 됐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는 권상우 역할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기도 했다.
“외동아들이어서 그런지 저보다 나이 많은 사람과 지내는 게 좋았다. 연기는 두 번째 문제이고, 현장에서 형들과 어울리며 부대끼는 재미가 컸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연기도 즐거워졌다. 힘들기도 하지만 상대역과 합이 잘 맞았을 때 ‘맛’을 알겠더라.”
‘리턴’을 찍으면서도 많은 것을 맛봤다.
극중 강력팀 형사 김동배를 연기하며 상대역인 이진욱과 호흡을 맞추면서 연기의 매력에 더 푹 빠졌다.
김동영은 “이전 드라마보다 분량이 많고 차지하는 비중이 커 보여줄 것이 많았다. 저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청자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고 했다.
역할이 커지다보니 대본 암기도 수월하지 않았다.
김동영은 대사 한 줄이라도 목소리의 톤과 뉘앙스를 중요하게 여겨 외워도 외운 것 같지 않은 “찜찜함”에 시달렸다. 그래도 그는 “일이라는 게 항상 즐거울 수만은 없지 않나. 하지만 잘해냈을 때 만족감이 크기 때문에 기분 좋은 스트레스였다”고 미소짓는다.
이런 고민을 할 때마다 “대학교에 진학해 전문적으로 연기를 배웠으면 지금보다 낫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지만 “현장의 10년 경험이 최고인 것 같다”고 자신을 다독인다.
‘자연인 김동영’의 일상은 “누군가 불러내지 않으면 외출을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스스로 나가는 일은 없다”고 단언한다. 집에서는 TV와 영화 보고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가끔 시간이 날 때는 사회인 야구단 ‘컬투치킨스’와 1988년생 친구들과 만든 ‘쌍팔야구단’의 멤버로 활동한다. 낚시도 좋아해 섬으로 바다낚시를 떠나 ‘연기자 김동영’으로 받은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연기 열정을 불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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