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은 1968년 밴드 애트킨즈 멤버로 미8군 무대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올해 음악인생 50주년을 맞았다. 그는 ‘오빠부대’를 처음 만들어냈고, 일본에서 한류의 밑거름이 되었다.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라디오시티홀과 카네기홀에서 각각 단독콘서트를 벌였다. 한국 대중문화사에 다양한 ‘최초 기록’을 남긴 그의 음악인생 50년에는 중요한 동반자들이 있었다.
● 위대한 탄생, 50년 여정을 함께하는 ‘위대한 동반자’
음악생활을 기타리스트로 출발한 조용필에겐 분신과도 같은 존재다. 조용필은 1979년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을 결성하고 이듬해 ‘창밖의 여자’로 화려한 재기에 나섰다. 위대한 탄생은 매 시기 당대 최고 실력자들의 집합처였고, 연주와 녹음, 편곡, 스타일 등에서 한국 대중음악의 트렌드를 이끌어왔다. 이 밴드 출신 유명 뮤지션으로는 유재하, 봄여름가을겨울(김종진·전태관), 김광민, 정원영, 최이철, 송홍섭, 이호준, 유영선 등이 있다.
곽경욱(기타), 김정수(기타), 김택환(베이스), 김청산(건반), 이건태(드럼), 이호준(건반 객원멤버)이 1기였고, 현재는 최희선(기타), 이태윤(베이스), 최태완(건반), 김선중(드럼), 이종욱(건반) 5인이 6기를 이루며 20년째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 양인자·김희갑, 80년대 조용필의 ‘불후의 명곡’을 쓴 부부
1980년대 조용필의 전성기를 빛내준 주옥같은 곡을 만든 작사·작곡가 부부다. 기타리스트 출신 김희갑(82)은 1980년 조용필의 1집 수록곡 ‘잊혀진 사랑’을 작업하면서 조용필과 인연을 맺었다. 1985년 조용필 8집에서 김희갑의 멜로디에 소설가 양인자(73)가 작사가로 참여해 ‘킬리만자로의 표범’ ‘그 겨울의 찻집’ ‘바람이 전하는 말’ 등 5곡을 함께 작업했다. 두 사람은 이를 계기로 1987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부부가 된 이후에도 ‘Q’(1989), ‘말하라 그대들이 본 것이 무엇인가를’(1989)과 같은 불후의 명곡을 탄생시켰다. 조용필은 “두 사람은 나의 곡 작업을 위해 처음 만났다.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두 사람을 위해 몰래 자리를 비켜주기도 했었다. 내 덕분에 결혼한 셈”이라고 했다.
● 안진현, 조용필의 삶의 의미
2003년 사별한 조용필의 부인이다. 조용필은 1993년 6월 미국 애틀랜타 공연에서 누나의 소개로 만난 재미동포 사업가 안진현 씨와 이듬해 3월 결혼했다. 하지만 결혼 9년째이던 2003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부인을 잃고 말았다. 길지 않은 결혼생활이었지만, 안 씨는 조용필의 삶의 의미였다. 조용필은 아내의 유산을 모두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기부해 심장병 어린이들의 치료비로 쓰도록 했다. 부인을 잃고 발표한 18집(2003)에는 ‘진(珍)’이란 노래가 들어있다. 로드 스튜어트가 아내를 위해 곡을 썼듯이 자신도 모든 남편들이 아내에게 주는 마음을 대표해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고 싶다고 했던 조용필이지만 차마 자신이 만들지 못했던 듯, ‘진’은 이태윤이 작곡하고 양인자가 작사했다. 안진현 씨는 조용필의 어머니와 함께 경기도 화성의 선산에 묻혔다. 조용필은 가끔 그곳에서 어머니와 아내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