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홍대 누드크로키 몰카’ 피해자 “대인공포증·피해망상 시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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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5월 11일 14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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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TV ‘아침발전소’ 캡처
사진=MBC TV ‘아침발전소’ 캡처
‘홍대 누드크로키 몰카’ 사건의 피해자가 “대인공포증과 피해망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홍익대학교 미대 회화과 누드크로키 남자 모델 몰카 사진 유출 사건의 피해자인 A 씨는 11일 방송된 MBC TV ‘아침발전소’ 제작진에 입장문을 보내 “사건 초기, 네티즌들이 경찰청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해줘 무척 감사하다”면서도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으로 괴롭고, 대인공포증과 피해망상에 시달린다”고 괴로운 심경을 털어놨다.

A 씨는 “사회생활, 신앙생활, 경조사 참석 등이 다 중단된 상태”라며 “사건 발생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사진이 다 삭제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심은 피해자가 아닌, 지금 이 순간에도 사진을 올리고 악플(악성댓글)을 다는 이들에게 향해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워낙 충격적인 사건이기에 이 문제에 대한 공론화도 일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MC 노홍철은 “이 기사를 처음 접하고 정말 화가 났다. 이건 장난으로 정말 사람 인생을 송두리째 흔드는 인격살인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피해자분이 오죽하면 입장을 밝혀왔겠냐”며 안타까워했다.

패널인 시사평론가 정영진도 “그간 성폭력 피해를 여자에게만 국한하는 인식도 문제였다. 성범죄는 남녀 젠더를 떠나 인권의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피해 모델 소속 에이전시 대표는 ‘아침발전소’ 제작진에게 “(피해자가) 하루하루 통화할 때마다 사람이 달라지고 있다. 많이 걱정이 된다. 갑자기 연락이 안 될까 봐. 2차, 3차 피해를 만드는 사람들이 잡히거나 고소가 되거나 제재가 가해져서 해결이 되면서 잠잠해지는 것이 바람”이라고 전했다.

한편 A 씨의 나체를 몰래 찍어 워마드에 유출한 사람은 현장에 있던 동료 여성 모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당시 현장에 있던 모델 B 씨(25·여)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현장에 있던 모델 4명 중 한 명인 B 씨는 A 씨의 나체를 몰래 촬영하고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 이를 게시한 사실을 시인했다. B 씨는 A 씨와 감정 다툼을 벌이다 홧김에 몰래 촬영한 사진을 인터넷에 게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홍대 누드크로키 몰카’ 사건 피해자가 ‘아침발전소’에 전해온 입장 전문▼

사건 초기, 네티즌들이 경찰청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해 주셔서 무척 감사합니다.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으로 괴롭고, 대인공포증과 피해 망상에 시달립니다.
사회생활, 신앙생활, 경조사 참석 등이 다 중단된 상태입니다.
사건 발생 전으로 돌아가고픈 마음뿐입니다.
사진이 다 삭제되기를 원합니다.
관심은… 피해자가 아닌, 지금 이 순간에도 사진을 올리고, 악플을 다는 이들에게 향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워낙 충격적인 사건이기에 이 문제에 대한 공론화도 일고 있는데요. 공론화의 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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