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있어 50년간 음악했다” 관객들과 손 맞잡으며 함께 호흡 7번째 잠실 단독 공연…위용 여전
‘21세기가 간절히 원한 딴따라!’
화려한 미사여구와 온갖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부족하지만, 반세기동안 노래만 불러온 조용필(68)은 자신을 그저 “평생 딴따라 가수인가 봅니다”라고 설명했다. 몸이 좋지 않아도 “무대에만 서면 힘이 나고”, 긴장을 하다가도 “무대에만 나오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조용필은 그야말로 진정한 ‘가왕’이었다. 12일 오후 7시50분부터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조용필 데뷔 50주년 공연 ‘땡스 투 유’(Thanks to you)는 ‘21세기가 간절히 원한 딴따라’의 위용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 궂은 날씨에도 4만5000명의 ‘떼창’
하루 종일 비가 내린 궂은 날씨였지만 일흔이 다 된 조용필은 두 팔을 번쩍 들며 무대 위를 ‘펄쩍펄쩍’ 뛰어다녔다. 악기와 모니터 손상을 막기 위해 비닐 천막을 치고 무대를 꾸민 조용필은 관객을 향해 “쌀쌀하지 않냐”면서 “몸을 조금 움직이면 괜찮아진다”고 웃었다. 이에 화답하듯 흰색 우비를 입은 4만5000명의 팬들은 뜨겁게 “오빠”를 외쳤다.
“뒷머리를 (드라이로)세웠는데 비를 맞아 다 내려앉았다”는 그는 팬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고 손을 맞잡았다. 조용필 콘서트에서만 볼 수 있는 ‘무빙 스테이지’를 활용해 무대를 관객석으로 이동했고, “계단이 있으면 (무대 아래로)더 내려가고 싶다”면서 조금이라도 팬들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려 애썼다.
조용필이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단독 공연을 펼친 것은 이번이 7번째다. 그 공연들 가운데 3번이나 비를 만났다. 2003년 35주년 콘서트에서 폭우가 쏟아지는 악천후 속에서도 앙코르 무대까지 자리를 지키는 팬들에 모습에 감동해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로 꼽았던 그는 “이번에도 그렇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팬들이 할 수 있는 것 그 이상을 선물로 받았다’는 조용필은 “음악이 좋아서 취미로 시작했는데 여러분이 있어 50년 동안 할 수 있었다”며 한 곡 한 곡 무대를 꾸밀 때마다 팬들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 ‘창밖의 여자’부터 ‘바운스’까지…‘추억 여행’
히트곡이 많아 “제 노래를 다 못 들려드려 죄송스럽다. 다 하려면 3일 연속해서 해야 한다”는 그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세트리스트를 만들기 위해 밴드 ‘위대한 탄생’과 ‘넣고 빼고’를 반복할 정도로 이날 레퍼토리는 오랜 시간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1980년 1집 타이틀곡 ‘창밖의 여자’부터 2013년 발표한 19집 ‘바운스’까지 33년간 만들어낸 숱한 히트곡을 부르며 팬들과 ‘추억 여행’을 떠났다. 히트곡이 많아 ‘그 겨울의 찻집’과 ‘서울 서울 서울’, ‘허공’ 등은 빨간 통기타를 들고 끝부분 한 소절씩만 불렀다.
트로트, 록, 민요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면서도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54만 제곱미터 크기의 주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나이가 들면서 “중저음이 떨어진다”는 단점을 오랜 연습으로 단련한 결과물이었다. 2000개 이상의 LED 타일로 구성된 총 11개의 대형 스크린, 음향의 시차를 없애기 위한 스피커 탑 ‘딜레이 타워’를 4개나 설치해 완벽함을 추구했다.
그는 이번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19일 대구 월드컵경기장, 6월2일 광주, 9일 의정부로 투어를 이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