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한국시간) 칸에서 열린 한국영화의 밤 행사는 오랜 기간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려온 두 인물을 향한 헌사로 채워졌다. ‘칸의 대부’로 통하는 칸 국제영화제 자문위원이자 프로그래머인 피에르 르시앙과 지난해 칸 영화제 도중 유명을 달리한 부산국제영화제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를 향한 그리움이다.
이달 5일 81세를 일기로 타계한 피에르 르시앙은 임권택 감독을 비롯해 박찬욱, 홍상수 등 한국감독과 한국영화를 칸에 초청해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한 인물이다. 한국영화의 ‘오늘’을 있게 한 주역으로도 통한다.
피에르 르시앙은 타계 직전 올해 경쟁부문에 오른 이창동 감독의 ‘버닝’을 향한 사유 깊은 추천사를 남기면서 생이 다하는 순간까지 한국영화에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버닝’은 나 스스로가 놀랍도록 한국인이 조상의 문화를 복원하면서 다시 하나가 되는 것을 예견하게 되리라고 꿈꿔본다”면서 “이것은 아마도 신상옥과 임권택, 그리고 오늘날 이창동의 숨겨진 야망이었을 것”이라고 썼다.
이날 고 김지석 프로그래머의 1주기 추모식도 함께 진행됐다. 고인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출발한 1996년부터 영화제를 이끈 주역이자, 2014년 이후 정권의 영화제 탄압을 묵묵히 지켜낸 인물. 올해 초 선임된 오석근 영화진흥위원장과는 고교 시절부터 영화로 교류해온 40년지기다.
오석근 위원장은 “정치권력에 맞서 치열하게 싸운 친구였다”며 “권력으로부터 영화제가 독립성을 확보한 현재, 친구가 흘린 피땀눈물을 지켜본 내가 1주기를 진행하는 지금 이 아이러니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