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으로 인정받는 감독에게는 저마다 그 수식어를 얻게 된 결정적 작품이 있다. 최근 막을 내린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만비키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그런 작품은 2004년 내놓은 ‘아무도 모른다’이다. 칸 국제영화제가 그를 주목하기 시작한 계기도 이 영화다.
‘아무도 모른다’는 크리스마스 전에 돌아온다는 쪽지를 남기고 떠난 엄마를 기다리는 네 남매의 이야기다. 열두 살인 장남 아키라는 어린 세 동생을 챙기면서 엄마가 돌아오길 기다린다. 동생들과 어떻게든 헤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겨울이 지나 봄이 되도록 엄마는 돌아오지 않고, 감당하기 벅찬 시간들을 버텨나간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관찰자 시점으로 이들을 담담하게 들여다본다. 네 남매의 처참한 삶을 비추면서 가족 그리고 일본사회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맏형 아키라를 연기한 야기라 유야는 이 영화를 통해 14살의 나이로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지금도 깨지지 않는 최연소 주연상 기록이다.
그의 신작 ‘만비키 가족’은 빈집에 버려진 소녀를 데려다 키우는 가족의 이야기다. 칸에서 공개된 이후 ‘아무도 모른다’가 떠오른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도 ‘아무도 모른다’는 주인공의 삶을 일깨우는 중요한 매개체로 등장했다. 데뷔작을 내놓고 자포자기한 감독 역의 송새벽은 이 영화를 거론하면서 “엄마가 버린 네 아이가 너무 불쌍해서 데려다 키우고 말지, 도저히 영화는 끝까지 볼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이 영화를 제대로 보게 됐을 때, 송새벽은 다시 영화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