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 중계①] ‘촌철살인’ 안정환vs‘문어도사’ 이영표vs‘막강팬덤’ 박지성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6월 15일 06시 57분


MBC 안정환-KBS 이영표-SBS 박지성(왼쪽부터). 사진제공|MBC·KBS·SBS
MBC 안정환-KBS 이영표-SBS 박지성(왼쪽부터). 사진제공|MBC·KBS·SBS
■ 지상파 3사 월드컵 해설 빅뱅…안정환·이영표·박지성, ‘말’의 전쟁 시작됐다

안정환, 해설도 스트라이커처럼…따뜻한 독설 매력·예측은 경계
이영표, 기본에 충실한 날카로운 해설 강점…4년 전 시청률 1위
캡틴 박지성의 ‘눈’ 궁금…김민지 전 아나운서 내조의 힘은?


누구의 해설을 듣는지에 따라 월드컵의 재미는 달라진다. 어떤 해설위원을 영입하느냐에 따라 방송사의 광고 수익도 달라진다. 매번 월드컵마다 시청자가 분주하게 채널을 돌리고, 방송사가 해설위원 선정에 각별히 공을 들이는 이유다. 2018 러시아월드컵이 15일 0시(한국시각) 개막전을 시작으로 열전에 돌입하면서 지상파 3사가 ‘월드컵 중계의 얼굴’로 내세운 해설위원들의 ‘말’ 대결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MBC와 KBS가 2014 브라질월드컵에 이어 안정환, 이영표 해설위원을 다시 내세운 가운데 SBS는 ‘캡틴’ 박지성을 기용했다. 이들은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나란히 유럽리그에서 활약한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하지만 현역 시절 포지션만큼 개성과 매력도 제각각이다. ‘말’로 월드컵에 출전한 해설위원 3인이 마이크 앞에 앉았다. 또 이들 해설위원과 입을 맞추는 캐스터들의 각오도 남다르다.

MBC의 월드컵 중계를 담당하는 안정환(오른쪽)과 김정근 아나운서. 사진제공|MBC
MBC의 월드컵 중계를 담당하는 안정환(오른쪽)과 김정근 아나운서. 사진제공|MBC

● 안정환…친근함 강점

안정환은 축구선수 출신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방송 활동을 벌이는 주인공이다. 꾸준한 방송 활동 속에 현재 KBS 2TV ‘1%의 우정’,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등을 진행하고 있다. 친숙함이 최고의 무기다.

안정환은 남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풀어내는 ‘촌철살인 화법’을 이번 월드컵 중계에서도 보여줄 계획이다. 이미 2014 브라질월드컵을 거치면서 날카로운 독설과 따뜻한 위로를 겸한 해설을 통해 ‘따뜻한 독설가’로 인정받았다. 그 실력과 매력을 인정받아 러시아로 향했다.

스트라이커로 활약한 경험은 해설에서도 적용된다. 공격수답게 자신감도 넘친다. 안정환은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선수로 월드컵을 경험했고 해설자로도 경험했기에 준비는 물론 실전 중계에도 자신 있다”고 밝혔다. 경쟁 채널의 해설을 맡은 이영표, 박지성과의 대결도 문제없다는 입장. 진지한 성격의 두 후배와 비교해 자신이 가장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했고, 셋 중 유일하게 축구지도자 최상위 등급 자격증을 보유했다고 알리며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 브라질월드컵 당시 안정환은 속이 뻥 뚫리는 해설로 주목받았다. “한국이 가장 못 하는 나라라는 사실을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거나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하라”는 등 선수를 독려하면서도 경기를 냉정하게 바라봤다.

안정환은 해설을 하면서도 경기 결과 예측은 최대한 경계한다. 자신의 예측이 선수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해설자는 되도록 예측은 피해야 한다”는 그는 “만약 성적이 나쁘면 코치인 김남길, 차두리는 호되게 비판하겠다”고 말했다.

KBS의 월드컵 중계를 담당하는 이영표(왼쪽)과 이광용 아나운서. 사진제공|KBS
KBS의 월드컵 중계를 담당하는 이영표(왼쪽)과 이광용 아나운서. 사진제공|KBS

● 이영표…날카롭고 정확하게

이영표는 신뢰의 아이콘이다. 브라질월드컵 당시 족집게 분석과 냉철한 해설로 3사 중계 시청률 1위를 싹쓸이했다. 현역 시절 번뜩이면서도 묵묵한 플레이로 믿음을 준 모습이 마이크 앞에서도 변함없이 이어지면서 시청자의 신뢰를 키웠다.

이번에도 이영표는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각오다. “축구 해설은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경기장 상황을 사실 그대로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안정환이 ‘위로를 더한 독설’을 추구한다면 이영표는 퇴로를 생각하지 않는 냉정한 해설에 주력한다. 국가 간 경기인 만큼 우리 대표팀 쪽으로 팔이 기우는 게 인지상정일 텐데도, 이영표는 평정심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명쾌한 해설은 좋은 경기에서 나온다”고 짚은 그는 “우리 선수들이 좋은 해설을 할 수 있도록 활약을 펼쳐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어영표’는 이영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수식어다. 그의 예측이 대부분 적중하면서 얻은 별칭이다. 우리 대표팀의 16강 진출 가능성에 대해 그는 “25%”라고 꼽으면서도 “조별예선 상대인 독일 멕시코 스웨덴 모두 강팀이지만 월드컵에서 실력으로 상대를 이긴 적이 없다. 2002년에도 2010년에도 상대는 우리보다 강했다”고 응원했다.

4강 신화를 함께 이룬 안정환, 박지성과의 해설 대결은 그로서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 이와 관련해 이영표는 “안정환은 잘 알려져 있고 그의 중계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고 했고, “박지성에 대해 사람들은 ‘말을 잘 못 한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굉장히 재미있기 때문에 월드컵을 계기로 새로운 모습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SBS의 월드컵 중계를 담당하는 박지성(왼쪽)과 배성재 아나운서. 사진제공|SBS
SBS의 월드컵 중계를 담당하는 박지성(왼쪽)과 배성재 아나운서. 사진제공|SBS

● 박지성…해설은 ‘초보’

이미 월드컵 해설을 경험한 두 ‘형님’에 비해 박지성은 해설자로서는 초보다. 한국축구 역사상 가장 화려한 선수시절을 보냈고 팬덤도 여전한 박지성은 2014년 은퇴 이후 대외활동은 줄이고 축구 행정가 준비에 몰두해왔다. 때문에 이번 해설 도전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해설은 물론 방송도 익숙지 않은 박지성은 왜 브라질월드컵 해설위원을 수락했을까. 그는 “지도자가 되지 않겠다는 생각은 이미 밝혔지만 월드컵을 앞두고 해설을 통해 내가 어떻게 축구를 했고, 어떤 시각을 가졌는지 사람들과 공유하면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다”며 “(팬들에)좋은 선물이 되지 않겠느냐는 말에 제안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안정환, 이영표가 선점한 해설 대결에 뒤늦게 합류한 박지성은 “해설 경쟁에서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은 없다”며 오히려 팬들이 각기 다른 해설위원의 설명을 통해 “축구를 보는, 다양성을 여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각기 다른 리그에서 선수생활을 해왔고, 축구를 보는 관점도 다르기 때문에 해설에서도 3인의 차이가 확연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간혹 방송 출연 때나 인터뷰로 전해지는 박지성의 말솜씨는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 불리한 발언도 유쾌하게 받아치는 안정환이나, 탁월한 분석력으로 좌중을 압도하는 이영표가 ‘달변가’에 속한다면 박지성은 그 반대편에 있다.

하지만 그런 박지성에게는 누구보다 가깝고 든든한 조력자가 있다. 아내인 SBS 김민지 전 아나운서다. 방송에 적합한 표현, 미세한 말투까지 꼼꼼하게 지적해 바로잡는 일은 아내의 몫이다. 박지성은 “해설은 내 생각을 전하는 일이니까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게 시청자 입장에서 듣기 편할 거라는 아내의 조언을 받았다”고 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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