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가 2013년 프랑스 파리에서 홀로 배낭여행에 나선 젊은이를 보며 한 말이다. 그 또래들 대부분이 그랬듯, 신구에게 해외여행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식민과 전쟁, 이념 갈등과 혼란, 무엇보다 가난했던 젊은 시절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이들이었다.
인생의 황혼기에서야 비로소 ‘용기’를 냈다. 제대로 보이지 않는 지도를 들여다보며 길을 찾아 헤매고, 몰려오는 육체적 피로를 애써 물리쳤다.
그 여정 위에서 ‘꽃할배’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인생의 경험을 통해 터득한 지혜와 혜안을 들려주었다. 늘 웃는 얼굴을 잃지 않으며 ‘꽃할배’들 사이에 온기를 불어넣었던 신구는 “경험하고 실수하는 건 젊었을 때 할수록 좋다”면서 “실수를 두려워하”는 자신들과 달리 “젊은이들은 실수를 반복하면서 개선이 되고 더 좋을 걸 찾을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순재의 열정과 호기심도 감동을 안겼다. 열정 가득한 그는 최고령자의 연약한 육체를 앞세워 ‘동생’들을 이끌었다. 충만한 지적 호기심은 어디를 찾아가든 무언가 교훈을 얻기를 바랐다. 그는 “나이 먹었다고 주저앉아 어른 행세하고, 대우받으려 주저앉아 버리면 늙는 거다. 난 아직도 한다 하면 된다”고 역설했다. 시청자는 그런 모습에서 또 다른 리더십을 읽었다.
박근형은 투병 중이던 아내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내비치며 로맨티시스트로서 면모를 드러내 ‘낭만 근형’이란 별칭을 얻었다. 아무리 힘겨워도 웃음과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꽃할배’들 사이에 균형을 이루게 한 그는 이 프로그램의 의미를 강조하며 시청자의 지지를 얻었다. 노년의 인생에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배낭여행에 나서며 지나간 시간과 다가올 미래에 관한 진지한 대화를 원했던 그에게서 시청자는 여행의 본래 의미를 되새겼다.
큰 몸집만큼 아픈 무릎의 통증을 애써 참아가며 ‘형들’에게 투덜대고 많은 에피소드를 만들어내 웃음을 안긴 백일섭. ‘막내’였던 그는 자신의 그런 모습을 때로 돌아보며 또 한 명의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되찾아갔다. ‘직진 순재’ 이순재를 앞서가기도 하고, 무거워 불편하다며 반찬통을 내던지기도 하지만 이내 아내의 정성에 미안함을 표하는 인간적인 모습만으로도 시청자는 반색했다.
‘꽃할배’들의 이 같은 모습에서 시청자는 단순한 웃음만을 찾지 않았다. 신구는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을 바라보며 “이번 기회가 사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죽어갈 때도 지금 느낀 이런 잔상으로 남아 있을 것 같다”고 말해 시청자의 가슴을 울렸다.
신구의 말처럼 앞으로 이들의 모든 여정은 어쩌면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에서 ‘꽃할배’들이 걸어갈 여행길은 늘 ‘꽃보다’ 아름다울 것이라고 프로그램의 제목은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