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 황정민 “말과 말의 대결…구강액션, 주먹보다 더 살벌했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7월 4일 06시 57분


영화 ‘공작’으로 여름 흥행 대전에 나선 배우 황정민. “이번 작품은 꼭 잘 해내고 싶었다”는 그는 ‘총’보다 ‘말’이 앞서는 “구강액션 첩보극”이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영화 ‘공작’으로 여름 흥행 대전에 나선 배우 황정민. “이번 작품은 꼭 잘 해내고 싶었다”는 그는 ‘총’보다 ‘말’이 앞서는 “구강액션 첩보극”이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실화 스파이 영화 ‘공작’의 황정민

대북사업가&스파이 흑금성 1인2역
내레이션까지…극중 대사 너무 많아
셰익스피어 연극 한 편 연기한 기분

한반도 정세 이렇게 급변할 줄 몰라
편하게 볼 수 있게 돼 기쁠 뿐…


과격한 몸싸움, 목숨을 건 사투,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절체절명의 순간. 스파이 영화에서 흔하게 본 액션장면이다. 하지만 영화 ‘공작’에는 익숙한 스파이 액션은 없다. 대신 고도의 심리전을 표방한 말과 말의 대결이 있다.

영화 ‘공작’(제작 사나이픽쳐스)을 통해 여름 흥행 대전에 나선 배우 황정민(48)은 자신이 완성한 다른 차원의 스파이 영화를 두고 “구강액션”이라고 정의했다. “기존 할리우드 첩보전과 달리 실화를 바탕으로 오직 심리전으로 상대를 속고 속이는 작품이다 보니 몸보다 말로 상대를 공격한다”며 “때문에 ‘공작’은 구강액션”이라고 설명했다.

배우 황정민이 3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에 위치한 CGV 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공작’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배우 황정민이 3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에 위치한 CGV 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공작’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베테랑’ → ‘군함도’ → ‘공작’

황정민은 여름과 친숙한 배우다. 지난해 7월 ‘군함도’로 관객과 만났고, 2015년 ‘베테랑’을 통해 그야말로 여름을 ‘접수’했다. 두 영화는 각각 659만, 1341만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 그런 황정민이 스크린에 나서기는 꼭 1년 만이다. 극장의 온도도, 밖의 날씨도, 가장 뜨거운 여름에 다시 출사표를 던진 그에게 지금 부담과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3일 ‘공작’ 제작보고회에서 만난 황정민은 “어느 때보다 이번 영화는 잘하고 싶었다”고 했다. 세 가지 이유에서다. 먼저 연출을 맡은 윤종빈 감독과 나눈 믿음이 작용했다. 감독은 처음부터 주인공 흑금성 역으로 황정민을 염두에 두고 가장 먼저 시나리오를 건넸다. 황정민은 “윤종빈 감독이 나를 선택해준 사실이 우선 고마웠고 기존과 다른 차원의 첩보전이라 연기를 잘하고 싶었다”고 했다. 나머지 하나의 이유는 “1인2역을 보이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공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란 암호명으로 북한 핵개발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한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흑금성이란 인물도, 남북한의 은밀한 거래도 전부 실재했다. 황정민은 박석영이라는 이름의 대북 사업가로 위장한 흑금성을 연기하면서 “마치 두 사람을 표현한 것 같았다”고 했다.

“사업가인 박석영의 삶과 스파이 흑금성의 삶이 정확히 나뉘어져 관객에 보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 남을 속여야 하는 인물이기에 어렵긴 했어도 어찌 보면 1인2역이라, 배우로서 나를 잘 드러낼 기회라고 여겼다.”

‘공작’은 황정민의 내레이션 비중도 상당하다. 가뜩이나 첩보전을 ‘말’로 표현해야 하는 황정민 입장에서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그는 “대사가 너무 많아서 셰익스피어의 연극 한 편을 소화한 기분이었다”며 “서로 똘똘 뭉쳐진, 마치 차돌 같은 느낌을 받는 촬영현장이었다”고 돌이켰다.

1990년대 북한 내부 모습을 현실적으로 묘사한 영화 ‘공작’의 한 장면(위쪽 사진). 황정민은 북한으로 간 스파이 역을 맡고 고도의 심리전을 펼친다(아래쪽 사진).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1990년대 북한 내부 모습을 현실적으로 묘사한 영화 ‘공작’의 한 장면(위쪽 사진). 황정민은 북한으로 간 스파이 역을 맡고 고도의 심리전을 펼친다(아래쪽 사진).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여름 대전 각오, “급변한 한반도 정세, 긍정적”

황정민은 여름 극장에서 여러 번 흥행 성과를 거뒀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워낙 규모가 큰 작품들이 밀집해 있는 데다 지난해 야심 차게 내놓은 ‘군함도’가 뜻하지 않게 여러 아쉬움을 남겼기 때문이다. 이후로도 여러 영화들의 출연 제안을 받았지만 황정민은 어느 때보다 출연작 선택에 신중을 기해왔다.

황정민은 “‘공작’은 잘되어야 한다”면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여기 참여한 많은 배우들이 멋있게 연기를 할 뿐 아니라, 동시대를 살고 있는 이런 배우들이 한데 모여 긴장감 있는 연기를 펼쳤다. 그걸 확인할 작품은 ‘공작’밖에 없다. 내게는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러면서 황정민은 20여년 전 남북한에서 벌어진 첩보전이 최근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와 맞물려 최상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내놨다.

“처음 영화를 찍을 때만 해도 굉장히 조심스러웠지만, 짧은 시간에 이렇게 급변할 줄은 몰랐다”는 그는 “전전긍긍하지 않고 영화를 기분 좋게, 편하게 볼 수 있는 상황이 된 것 같아 다행스럽다”고 했다.

배우 조진웅, 황정민, 윤종빈 감독, 배우 이성민, 주지훈(왼쪽부터)이 3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에 위치한 CGV 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공작’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배우 조진웅, 황정민, 윤종빈 감독, 배우 이성민, 주지훈(왼쪽부터)이 3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에 위치한 CGV 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공작’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공작’을 함께한 감독과 배우들도 황정민을 향해 무한한 신뢰를 드러내고 있다.

윤종빈 감독은 “흑금성 역은 처음부터 황정민이었다”며 “선과 악이 공존하는 느낌을 줄 수 있는 황정민이 적역”이라고 믿음을 보였다. 두 사람은 2016년 ‘검사외전’의 제작자와 주연배우로 호흡을 맞춰 900만 흥행을 합작한 바 있다.

영화에서 황정민과 줄곧 맞붙는 북한 스파이 역의 이성민은 “배우인 나에게 황정민은 늘 부러움의 대상”이라고 했다. “황정민은 허세가 없는 천생배우”라며 “영화 촬영이 끝나자마자 바로 연극(리차드 3세)을 소화하는 걸 보면서 하늘이 내린 배우라고 다시 느꼈다”고 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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